나는 빨간 벽돌 다세대 주택에서도 맨 아래에서 태어났다.
사람들은 우리 집을 반지하라고 불렀다.
여름철 폭우 때는 물에 잠길까 봐 항상 긴장해야 했고 집에 혼자 있는 날에는 부모님이 빨리 오길 기도했다.
어린 시절에 나는 친구네 집에 한 번도 놀러 가지 않았다.
서로의 집에 초대하는 문화가 있었고, 나는 우리 집이 부끄러웠다.
아침이면 혹시나 문을 열다가 눈이 마주칠까 봐 등교하는 학생들의 발소리가 줄어들 때까지 문 앞에서 신발 끈을 계속해서 묶었고, 나가서는 재빠르게 대문까지 뛰어 올라갔다.
그 시절 나의 꿈은 아파트도, 신축 빌라도 아니었다. 그저 몇 층에 사는지 모르게 대문이 막혀있으면 좋겠다는 것뿐이었다.
가장 친했던 친구들한테 집을 알려주면서 서서히 멀어지는 걸 느꼈고, 1년 넘게 사귄 여자 친구에게 집을 알려주면서 고개를 들 수 없는 창피함에 휩싸였었다.
몇 년 전 아파트로 이사를 오면서, 기쁜 마음으로 반지하 집을 보내줬지만 아직도 돌아가신 엄마가 꿈에 나올 때면 반 지하에서 나에게 말을 거신다.
“엄마 이제 반지하에서 그만 아프고 같이 이사 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