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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쾌한씨 Jan 20. 2024

화를 참으면 생기는 일


오늘의 영감어 : 바닥




"쿵쾅! 쿵쾅! 다다다다!"


'위층에 아이들이 있나?'


거의 매일 뛰는 소리가 들렸다.

층간 소음이 들릴 때마다 조카들이 생각났다.

오빠네 집에 가면 오빠와 언니는 소파에서 거실 바닥으로 뜀뛰기를 하는 조카들을 단속시켰다.


"아래층 아저씨가 이놈! 하고 올라온다!"


오빠와 언니, 조카들은 아래층 눈치를 보느라 서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나에게 조카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우리 부부는 아이가 없어서 조카들이 없었다면 층간 소음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평소에는 잘 넘겼는데 그날은 둘 다 예민해 있었다.

유난히 '쿵쾅' 소리가 크게 그리고 장시간 동안 들렸다.


남편    "아, 짜증나! 경비실에 전화할까?"

나    "오늘은 심하긴 하네. 음..."


잠깐 고민이 되었다.


'집에서 공부방을 운영하는 내가 그런 얘기를 할 자격이 있을까?'


"자기야, 나도 짜증이 나긴 하는데 잠깐만 참아봐요. 조용해지겠지."


평소에 주방 창으로 아래층에서부터 올라오는 담배 냄새를 참지 못하고, 창문 밖으로 "담배 피우지 마세요!"라고 소리 지르는 사람은 나였다.

평소에는 남편보다 내가 더 다혈질인데 그날은 참고 싶었다, 참길 잘했다.


일주일 후, 아파트 입주민 온라인 카페에 올린 공부방 홍보 글을 보고 연락이 왔다.


"화요일에 상담 가능할까요?"

"네. 공부방 위치 아세요?"

"선생님, 저 18층에 살아요. 공부방 바로 윗집이요."

"윗집이요? 어머! 안녕하세요."

"네. 우리 아이들이 많이 뛰죠? 정말 죄송해요. 그동안 이해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에 그동안 쌓여있던 앙금이 스르르 풀렸다.


지윤(가명)이는 작년 1월부터 나와 함께 수학 공부를 하고 있다.


'그때 화를 참지 못하고 경비실에 연락을 했으면 우리는 만날 수 있었을까?'


지금도 여전히 위에서 '우당탕' 소리가 들린다.


남편    "뛰는 소리 들린다!"

나    "지윤이가 발레 연습하나 봐."


발레 연습하고 있을 우리 공부방 막내 지윤이를 상상하며 혼자 피식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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