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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희 시인 Dec 03. 2022

030 - 김영래 詩

내가 사랑하는 시들 中 오늘 이 詩 한 편...

030

                 김영래(1963~ )



저녁이 오면,

하늘의 처마 밑이
새와 열매들로 가득 차는
여름 저녁이 오면

나 당신을 사랑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어
끝내 당신 곁을 떠나야 하리.


- 김영래 시집 『가랑잎에 옮긴 2백 개의 비문』 中


2022년 12월 3일 첫눈이 내린 오늘 나의 필사







2022년 12월 3일 토요일 오후 5시 즈음


오늘 새벽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 우리 국가대표 축구팀이 16강에 진출한 것을 확인했고, 그 기쁨처럼 아침에 하얗게 첫눈이 소복이 쌓였었다.

아쉽게도 그 눈을 나의 폰 카메라에 담아두지 못하였으나 새벽 5시 잠들었다가 살짝 눈을 떠서 창밖에 첫눈을 볼 수는 있었기에 참 다행이다.


오늘 필사한 김영래 시인의 詩 <030>은 내가 그에게 직접 받은 시집 『가랑잎에 옮긴 2백 개의 비문』에 실린 199편 中 가장 사랑하는 詩이다.


어쩌면 김영래 선배님은 나의 詩 창작에 이미 세상에 계시지 않은 윤동주, 유치환, 조태일 시인님을 제외하고 제법 많은 영감과 조언을 주신 분일 것이다.


김영래 시인, 소설가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은 종종 내가 사는 동네에서 혹은 그분이 사시는 그 동네 시장의 단골 포장마차에서 편하게 막걸리 한 잔을 기울이며, 혹은 문인협회에서 각종 행사와 모임을 통해 함께 했던 뒤풀이, 혹은 종종 함께 숲을 산책하며였을 것이다.

그렇게 직접 듣고 느낀 사소한 부분들이 그의 작품들과 삶의 일치를 보여줬기에 더 신뢰하고 의지할 수 있었던 듯싶다.


김영래 선배님은 시인일 뿐 아니라 소설가이기도 하다.

사실 주변에서 늘 시인들과는 자주 만나는 경우가 많아 시인 특유의 성품들을 나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시인들의 성격은 나 자신을 비롯해서 그리 호락호락한 성격들은 아니다. 물론 글을 쓰는 문인들이, 특히 詩人들이 더 자신의 특별한 색깔을 갖고 있는 것이 당연한 것이기에 더욱 그러하리라.


어떻든 나는 시인의 감성을 좋아하지만 친하게 막걸리를 기울이기에는 소설가가 더 편한 것이 사실이다.

만일 누군가를 만나 사랑을 할 수 있는 기회가 혹 있다면 아마도 나는 시인보다는 소설가를 택할 거라고 사석에서 농담으로 얘기를 한 적이 종종 있다.

뭐 이런 부분은 사담이었고...


어떻든 김영래 선배님은 언제든 편하게 종종 만나 산책을 하며 내가 모르는 나무와 꽃의 이름을 자상하게 가르쳐주시는, 내가 모르는 시인이나 소설가에 대해서도 언제든 물으면 얘기해 주시는 나에겐 문인으로서 참 좋아하고 존경하는 문협의 선배님이시다.




끝으로 같은 문인으로서 이글이 나에겐 너무도 감동적이었고 마음속 깊숙이 들어와 박혔기에 브런치에도 『가랑잎에 옮긴 2백 개의 비문』의 가장 끝에 실린 '작가의 후기를 대신하며'를 함께 공유한다.



<작가 불명의 시비 한 조각>-후기를 대신하며

                                                          김영래



...... 아마도 그러하리라.

이제는 아득한 메아리가 된 그날 우리들의 만남에

등불 하나 밝혀진다면

그처럼 높고 아스라이 떠돌던 소리 하나하나가

어떤 기에 가장 부합되는 바람결처럼 불어와

오래 잊히었던 우리의 노래를 일깨워 주리라.

그때면 우리의 잊음과 잊힘이

서툰 초고 위에 꿈의 누각을 세워 올리기 위한

각별한 노고였음을 깨닫게 되리.

끊임없이 고쳐 쓰고

탈고란 없는 침묵 끝에 대문자를 세우고

확정되지 못한 말과 소리 사이에서 강물이 범람하던 때를

그대는 잊었는가?

정녕 잊었는가. 제한된 경작지에서

무너지는 많은 것들로 점점 폐허가 넓어지면서

저 너머, 저 밖에서 우리가 엿보려 했던 희망을.

그 무모했던

불굴의 전망을.






추신.


종종 카톡으로 보내주시는 사진들도 함께...


2022년 9월 14일 오전 3시 28분에...
2022년 6월 14일 화요일, 웃음 이모티콘 대신 보내신 사진...


추신 2.


추신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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