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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희 시인 Dec 23. 2022

밤-독백 6

뜨거웠던 8월 여름 한낮의 에피소드...

2022년 12월 23일 금요일 밤 11시 47분이 지날 때...


세월이 참 빠르게도 흘러간다.

2022년 나의 마지막 사십 대가 이제는 정말 며칠이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서인지 12월은 더욱 빠르게 달려가는 것만 같다.

내일이 크리스마스이브이기도하고, 올해는 12월 별나게도 눈이 푸지게 내렸지 않나 싶기도 하다.

아마도 내일도 눈이 온다면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될 것이다.

이십 대 교회 청년부에서 크리스마스이브에는 늘 올나이트를 했던 기억이 갑자기 떠오르는 그런 밤이다.

그런 겨울밤과는 대조되게 오늘 올릴 에피소드는 8월 초, 한여름의 이야기를 선택해 봤다.


참, 그리고 에피소드는 어디까지나 픽션임을 밝혀둔다.





에피소드 3


20ㅇㅇ년 8월 6일 정오에서 한낮으로 넘어가는 시간에...


 가지런한 하얀 발가락 끝 열 발톱엔 바닷빛 네일아트가 빛난다. 대충 걸쳐 신은 폭신한 연분홍과 보라 물결무늬가 조합된 조리를 신었다. 팔랑거리는 치마바지에 검은 반팔 티셔츠를 걸치고도 초라해 보이지 않을 수 있는 그녀가 그는 좋았다.


 한여름에도 직업의 특성상 늘 긴팔을 입는 그는 핑크색 남방을 칠부즈음으로 접어 입고, 얇은 검정 진을 입었다. 단정한 하얀 운동화.. 조금 낡은 감이 있지만 그래도 깨끗한 운동화는 그의 성품을 말해주는 듯도 싶다.

 8월 초, 정오에서 한 낮으로 넘어가는 시간, 대학 때 농활을 갔던 어느 날의 느낌처럼, 근교 외곽에 시골 허름한 슈퍼마켓에는 온통 먼지가 수북하다.

목이 마르다는 그녀의 말에 함께 걸어 근처의 유일한 슈퍼마켓을 찾았다. 가게 인근에 산으로 통하는 등산로가 있어서 제법 손님이 있을 법도 한데...

한적한 평일 한낮은 어린 시절 외가에 갔을 때나 구경하던 전방(廛房)을 연상시킨다.


 슈퍼 앞에 나와있는 아이스크림 냉동고를 살핀다.

그녀가 좋아하는 초콜릿 속에 딸기잼이 들어있는 ㅇㅇ바가 다행히도 있다. 유통기한은 언제까지일지? 굳이 서로 확인해보지는 않기로 눈빛으로 약속을 한다. 그는 달달하지 않은 시원한 탄산맛이 나는 하늘색 ㅇㅇ바를 골랐다.

뭘 더 먹을 건지 묻는 그의 물음에 그녀는 괜찮다고 살포시 미소를 띤 채 고개를 살며시 두어 번 젓는다.

카드가 아닌 지폐를 꺼내 지불하고 어두운 동굴 같은 가게를 빠져나온다.


 그녀는 웃음이 많은 여자이다.

또 무엇인가가 그녀의 웃음 포인트를 건드린 모양이다. 커다랗게 소리를 내서 활짝 웃는다.

햇빛이 쨍쨍하다. 눈이 부신다. 그녀는 푸른 초록 사이에서 그 햇빛보다 더 눈부시다.
달콤하고 시원한 초콜릿 한입에 그녀의 기분은 더 좋아졌다.

그런 그녀를 보는 이 순간만큼은 그도 역시 어떤 불안과 걱정도 잠시는 잊을 수 있었기에 그도 웃는다.




추신.

https://brunch.co.kr/brunchbook/shuvy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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