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은희 시인 Sep 03. 2022

나의 詩 내 안의 유년

세상의 모든 초록이 아름답지 아니한 것 있을까?

내 안의 유년

                   이은희



중독될 것만 같은 향기

초록의 자락을 비켜 찰나로 사라지는 태양

세상의 모든 초록이 아름답지 아니한 것 있을까?


외할머니 뚝딱뚝딱 상을 차리시던 저녁

아직 어스름은 내리지도 않았는데

외할머니 부르시는 소리 야속해서 툴툴댔던  


어설픈 솜씨라도 달콤한 속삭임 담아 상을 차리는 저녁

한없이 길기만한 빛색 커튼 사이로

엄마 부르는 소리에 야속해서 툴툴대는 아들들

그래도 앉으면 맛나게 먹어주는 녀석들


슬며시 흔들리는 아들들 모습

외할머니 밥상 그리워 한 술 못 뜨는 저녁

사무치게 그리운 내 안의 유년  


            - 2022 《문학마당》 54호 中





이 詩는 2021년 5월 14일 초고의 앞부분만 조금 써두고 완성을 하지 않은 채로 뒀다가 2021년 9월 13일 저녁 6시 40분 다시 썼던 걸로 기억된다.

그때 제목도 달았던 것 같다.

그리고 최종 퇴고는 《문학마당》에 보내기 위해 2022년 올해 4월에 했었다.


가끔 詩를 한 번에 쓰지 못하고 초고 자체도 서너 번에 끊어서 쓰게 될 때가 있다.

이 시도 그런 詩이다.




오늘 저녁 산책에서...


2022년 9월 3일 토요일 밤 1110분...


오랜만에 밤 산책을 다녀왔다.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아서인지 며칠 전 초승달이 예뻐 찍어둔 것이 무색하게 하늘의 달은 점점 동그라미를 채워가고 있다.


얼마 전까지도 더위가 물러갈 것 같지 않더니 이른 추석이 말해주듯 해가 짧아져서 저녁을 먹고 나온 시간이 그리 늦지 않았건만 갈치호수 주변이 온통 깜깜하다. 

호수 주변에 반짝이는 몇 개의 가로등을 빼고는 온통 주변이 적막하다.


늘 다니는 단골 식당이 있는 호수라서 낮에는 그토록 올 때마다 한 겨울까지도 윤슬이 반짝이더니 가을을 향해가는 밤의 호수는 고즈넉하기 그지없다. 조금은 무서울 정도로...

그래도 혼자가 아니기에 깜깜한 그 호수 둘레길을 손을 잡고 걸어본다.


평소 운동 삼아 더 자주 다니는 반월호수는 둘레길을 워낙 닦아놓았기에 걷기도 편한데...

갈치호수는 아직 둘레길을 따로 닦아두지 않은 터라 걷는 길에 풀들이 무성하다.

그렇지만 오늘 밤만은 이 무성한 풀들이 어릴 적 기억을 소환해 주어서 고맙다.




어릴 적 외가에 대한 추억이 없었다면 나는 얼마나 삭막한 어른으로 자라났을까?

초등학교 시절 여름방학이면 늘 다니러 갔던 보성의 외가, 추석 때도 종종 갔던 그 외가의 보름달과의 추억...


오늘 밤, 걷는 풀숲 길은 그 시절을 더욱 선명하게 떠오르게 했다.

물큰하게 풍겨오는 풀향기... 가을을 말해주지만 여전히 밀려나기 싫은 여름의 향기와 뒤섞인 아쉬움의 향기가 무척 좋았던 밤 산책이다.


군포 갈치호수 밤 풍경





추신.


추신 2.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詩 나는 지금 외눈박이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