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참 아끼는 In America (2002) 를 간신히 제치고 Best Original Screenplay 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이 영화, 괜찮습니다. 한국어 제목으로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인데, 역시 또 실망스런 제목이지요.
2014년, 대략 비슷한 경험을 해 본 저인지라 이 영화는 단연코 제 top 10 에 포함됩니다. 단, 그 때는 그 애나 저나 single 들이었으니, affair 는 아니었지요. 하지만 이 영화를 통해 그려진 두 사람은 모두 기혼자로, 마음을 나눈다는 면에 있어서는 심리적인 외도(?)를 하고 있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외도라기보다는 서로를 위로하는 입장으로 봐야겠지요. 서로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각자가 지켜야 할 영역을 지켜내는 모습도 영화 곳곳에서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 각각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서로를 지나치게 밀어내거나, 간간히 느끼는 애정 또는 사랑의 느낌을 빌미로 상대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는 않지요.
이 두 사람이 도쿄의 거리에 나가 이곳저곳을 다니는 장면도 참 보기 좋습니다. 외국이라도 미국과는 너무 다른 일본에서 누구의 신경도 쓰지 않고 둘만의 시간을 맘껏 가진다는 꿈같은 시간이!
십수년전, 거의 20년만에 서울에 처음 왔을 때 느꼈던 이질감이 이 영화의 두 캐릭터들을 통해 속속들이 다 느낍니다. 호텔이라는 참 애매한 공간과 영 다른 문화적 배경의 사회, 그 속에서 극도의 외로움을 느끼며 견디는 두 사람의 만남. 아, 저는 이 영화를 너무 사랑합니다.
마지막 장면은 참 아련합니다. 이 영화의 감독이자 각본을 쓴 Sofia Coppola 조차 Bob Harris (Bill Murray) 가 Charlotte (Scarlett Johansson) 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른답니다. 주연배우인 Bill Murray 의 improvising 이었다는군요. 어떤 대화를 했을까요? 52세의 남자가 25세의 여자에게 어떤 생각과 감정으로 어떤 말을 해 주었을까요? 대사 분량이 매우 적지만, 배우들간의 눈빛과 몸짓을 통해 충분한 대화가 오갑니다.
명대사가 잔잔히 꽤 많지만 이걸로 골라봅니다:
"Wasn't there anyone else there to lavish you with atten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