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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 Oct 14. 2015

"재회 (2001년 04월)" - 3

세 번째 이야기

(계속) 그녀를 마지막으로 본 1980년대 초반  . . . 그 후 20년 가까이 지난 2001년 4월 1일에 다시 만났던 순간을 기억하면 아직도 오늘 같은 기억입니다. 영화 "연풍연가" 의 영화 포스터 문안 중 "그 사람이 바다를 건너 네게로 왔습니다" 라는 표현이 있더군요. 그 때 저는 바다를 건너왔다는 점에서 "그 사람" 이었습니다. 이 때의 기억 때문인지, 지금도 한 해에 십수차례 왕복하는 뉴욕-서울의 항공여행을 할 때마다 K081 또는 K082 라는 항공편 번호를 볼 때마다 설레는 마음을 느낍니다. 2001년 3월 중순 한국행 ticket 을 받고 난 후 봉투를 열었을 때 보았던 ticket 의 항공편 번호가 K082였던 것으로 기억하기에 그랬을까요? 지금도 한국에서 미국으로 가는 길은 누군가를 두고가는 기분에 아쉽고, 반대로 미국에서 한국으로 오는 길은 설렙니다. 누군가가 마치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착각과 함께.


그녀의 두 번째 편지 하단에는 전화번호가 적혀져 있었습니다. 편지라는 매체는 감정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약점이 있지만 반면에 보내기 전 쓰여진 언어를 보정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에 매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얼굴을 맞대고 하는 대화 또는 전화는 섬세한 조율이 불가능하기에, 그녀의 전화번호를 받고도 하루 종일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한국어도 거의 쓰지 않았던 그 때 저였기에 크고 작은 생각들이 저를 주저하게 했지요. 하지만 너무나 듣고 싶은 혜련이의 목소리였기에, 하루의 일과가 끝난 후 자주 가는 Flatiron Building 1층에 있는 bar 로 가서 제가 주로 앉는 코너에 가까운 창가 table 에 앉았습니다.


그녀와의 첫 대화 . . . 사실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전화를 끊고 난 후 바로 그 당시에도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6학년때의 목소리와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 하나만 기억에 남았을 뿐, 그저 1시간동안 여러 이야기들을 나누었지요. 길고 짧은 pause 도 수 차례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어색할 수 있었던 '쉼의 순간' 도 여유롭게 즐거웠고 감사했습니다. 1시간의 전화 후 왠지 Koreatown 에 가서 CD 를 사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대화 중 혜련이가 잘 듣는 노래 몇 가지를 알려 주었기에, 그녀의 취향이 어떤지 궁금했지요. 기억하실까요? 그 당시 한국에서는 compilation album 이 인기였었나 봅니다. 제가 그 때 산 CD 는 cover 에 배우 이미연 씨가 print 된 "연가" CD set 였습니다. 그리고 "명작" 이라는 이름의 compilation CD 하나 - 이 CD 에서 "인형의 꿈" 이란 노래를 자주 듣는다는 그녀였습니다. 오래간만에 듣게 된 한국가요였지만, 마치 꼭 해야만 하는 숙제처럼 찾아서 듣던 그 때 추억입니다.


사무실에 남겨진 일들이 있어서 일을 한 후 집에 와 보니, 그녀의 이메일이 또 하나 도착해 있었습니다.  


제목: 보고싶은 친구...
보낸날짜 2001년 03월 06일 화요일, 낮 12시 03분 29초+0900

보고싶은 친구...

안타깝게도 메일은 받았는데, 네 얼굴은 볼 수가 없더구나... 다시 보내봐.
사실 나두 실패.. 가을 동화 재미있게 받다고 해서 사진을 대신해 카드를 보낸다.

물론 다음 메일에 내 사진 예쁜 걸로 골라서 보낼거구...

무지 반갑더라.. 조금은 익숙지 않은 목소리였지만, 많이 보고싶어졌어.
말수가 많지 않아 어찌 지냈는지 궁금한 거 많은데 알 수 없을 듯...

하지만, 중요하지 않을것 같아.
이렇게 다시 연락할 수 있으니까.

반갑다는 말 아무리 많이 해도 다 표현 못할거야.

건강해.. 또 연락할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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