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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 Oct 14. 2015

"재회 (2001년 04월)" - 4

네 번째 이야기

(계속) 그날 밤 혜련의 편지를 받고 나니 잠이 잘 오지 않았습니다. 뉴욕 주 업스테이트 (upstate) 에 위치한 스프링 밸리 (Spring Valley) 에는 그날 밤 봄비가 내리고 있었고, 간간히 멀리서 들려오는 기차 소리만 들려오는, 그런 조용한 밤이었음에도 잠을 청하기가 그리 쉽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이날 밤부터였나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 날부터 3월 30일까지 혜련과 저와의 편지 대화가 150여통 이상 이어졌고, 대부분의 편지는 뉴욕의 새벽시간 또는 서울의 새벽시간에 발송되고 수신되었습니다. 전화는 그리 많이 하지 않았는데, 아마도 우리는 편지로 하는 의사소통을 너무나 즐기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잠시 예전 생각을 하던 중 그녀의 편지가 또 도착하였습니다:


제목: 부끄러워라!
보낸날짜 2001년 03월 06일 화요일, 낮 2시 35분 34초 KST


정원아! 드디어 사진을 보낸다... 제대로 들어갈거라 믿어!
지금 자고 있겠지? 일어나면 반가운 메일과 내 모습을 볼 수 있으리...

카드랑 사진이랑 모두 받았는지 연락줘. 일어나 출근해서 전화하면 더 좋구!
 
우리가 공유할 수 있는 정서가 많을거 같아 기대된다.
난 미국 가면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어. 디즈니랜드!
가봤니? 나 아직 어리지? (아니라 하겠지? 여자나이랑 남자나이랑 다르다고 놀려서 삐진거!)
 

너무나 자랑스럽게 변한 내 친구를 만나 무지 행복하다.

잘자... 난 연구실에 가서 공부하고 있을께!


20여년 전 혜련의 모습과 2001년 그녀의 모습은 거의 달라지지가 않은 듯 하였습니다. 프랑스에서 찍은 사진으로, 민소매를 입고 있는 사진 속의 그녀는 긴 판을 앞으로 자연스럽게 내리고 썬글래스를 멋진 단발 머리 위에 올리고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 6학년 때 이미 165cm 가 넘었으니 170cm 는 더 되어 보이는 아름다운 여성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하지만 낮선 여성이라 해야 할 만큼 2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지만 사진 속의 그녀는 20년전 혜련이 그대로로 느껴졌지요. 그래도 제겐 '내 오랜 그녀' 그대로였습니다.


그 날까지 제가 한국에 간다는 이야기는 그녀에게 하지 않았고, 제가 하는 일에 대해서도 알리지 않았었습니다만 그날 밤, 알려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그날 새벽에 저도 제 사진과 저에 대해 편지를 써서 보냈지요. 그리고 책상에서 그대로 잠이 들었고, 새벽 5시가 되어 잠이 깬 후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여느 날과 다름없이 이른 출근 . . . 그리고 WTC rooftop 에 있는 cafe & restaurant 에서 간단한 아침을 하였습니다 (main photo). 이렇게 하여 폭풍같은 3월의 첫 5일이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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