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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 Dec 09. 2023

분천 마을에 겨울이 오면

지나가는 생각들


그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각자의 종착역을 향해 

거스름 없이 떠나는 길


어쩌면 가장 평범한 

그네들의 그 길 위에 

세상을 살아가는 비밀이 

숨어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1. 이 다큐를 본 12년 전


대부분의 영화가 나름대로는 멋진 장면 (end credits 부분)으로 끝나지요. 특히 영국 영화들의 경우 2000년대 후반까지는 꽤 고전적으로 마무리를 하는 경향이 많았던 듯합니다. 2000년작 The Man Who Cried 가 그랬고 2002년작 In America 도 그랬지요. 그 가운데서도 특히 2004년작 Ladies in Lavender의 그것은 Hollywood 가 쏟아내는 가벼운 영화들의 ending 과는 달리 전혀 화려하지 않고 매우 무겁습니다. Classical music 콘서트장에 홀로 앉아 violinist 가 연주하는 선율을 어둠 속에서 듣고 있는 듯한 느낌 - 영화 내내 조심조심 애써 누르고 있었던 많은 감정들이 이 영화의 end credits 부분에 흐르는 바이올린 선율에 터져버려 큰 눈물방울을 쏟아낼 것 같기도 합니다. 이 영화의 마지막인 end credits 마저 옅은 선율로 마무리되며 화면이 어두워진 후에도 꽤나 긴 미련과 여운을 가지게 하지요. 스크린이 완전히 검은색으로 될 때까지 그 자리에 저를 매번 묶어두곤 합니다. 슬픔 속에서 느끼는 안도감이라고 할까요? 


Nigel Hess라는 작곡가가 음악을 만들고 재능 있는 젊은 violinist 인 Joshua Bell의 연주와 the Royal Philharmonic Orchestra의 선율로 만들어진 "Love Theme from Ladies in Lavender"는 아름답습니다. 예전에 올린 내용이지만 지난 2011년에 KBS가 구정특집으로 방영된 "분천 마을에 겨울이 오면" 이란 documentary 에도 이 곡이 쓰였던 것 또한 기억합니다. 아름답게 눈이 내리는 기찻길의 영상과 Joshua Bell의 연주가 참 어울리지요. 



할머니들이 기차를 타고 다시 분천역으로 돌아가는 장면에서는 독일 출신 영화음악가 미하엘 슈타우다허가 remake 를 한 희망곡이 흘러나옵니다. 이 또한 아름다운 곡임이, 70여명의 프라하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체코에서 녹음한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평범한 분천마을 사람들의 이야기와 참 잘 어울리기 때문이지요.





2. 변해버린 분천마을


지금의 분천마을은 12년 전 그대로일까요? 그대로 두어도 아름다울 마을이, 옛 모습을 찾아보기 쉽지 않게, 그리고 옛사람들의 정도 온 데 간 데 없어진 상태로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돈 좀 벌어보겠다고 행해진 개발이란 이름 하에 괴상한 마을로 변한 듯합니다. 한국․스위스 수교 50주년을 기념해 분천역과 스위스 체르마트역이 자매결연 하면서 분천역의 외관도 스위스 샬레 분위기로 단장했다는군요.


그렇게 스위스가 좋으면 그 나라에 가서 보면 될 것을. 그리고 마을 사람들도 평화로운 그대로 살아가면 좋았을 것을. 


산골 마을의 화려한 변신, 봉화 분천역


https://www.koya-culture.com/news/article.html?no=125306


국내 최고의 산타마을로 변했다는 이곳. 겨울에 10만 명이 놀러 간다는 곳이 되어버렸습니다. 예전에는 꼭 가고 싶었던 곳인데, 지금은 가 볼 생각이 전혀 없어졌습니다.



3. 그래도 기억 속에서만은


그래도 12년 전 만든 이 다큐멘터리가 있어서 가끔 다시 보곤 합니다. 이 프로그램을 보고 있으면 존경심과 더불어 이 프로그램의 producer와 작가가 어떤 분들일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할 정도로 영상과 음악, 그리고 아련한 내레이션까지 매우 멋진 조화를 만들어냈습니다. 프로그램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내레이션을 옮겨 보았습니다.


돌아보면 무심코 

앞만 보고 달려온 시간

다 헤아릴 수 없이 그립고

다 헤아릴 수 없이 서글픈 세월입니다.


그 숱한 그리움을 마다한 채

대체 어디까지 달려온 것일까요?


그래도 후회는 없습니다.

어차피 삶은 그리움을 안고 가는 

긴 여정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지요.

이젠 그 그리움에 소망 하나 더해봅니다.


...


저문 강은 순하게 흐르고 흐릅니다

그 물처럼 담담하고 소박하게 

삶을 이어온 이름 없는 사람들


그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각자의 종착역을 향해 

거스름 없이 떠나는 길


어쩌면 가장 평범한 

그네들의 그 길 위에 

세상을 살아가는 비밀이 

숨어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바이올린의 선율은 낮시간대보다는 저녁시간, 특히 자정이 넘었을 때 듣기에 참 어울린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영화의 end credits의 배경이 보통 검은색으로 되어 있는 까닭에 마치 밤하늘을 연상하게 하고, 이 영화의 경우 Joshua Bell의 연주까지 더해져서 여러 상상을 하게 만드는 듯합니다. 이러한 element를 포함한 end credits까지 엮어보았습니다. 가능하면 자정 넘어 즐기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아래는 해당 documentary의 마지막 장면들입니다.






- December 09,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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