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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현 Sep 30. 2024

24. 양재천에 비술나무도 있답니다.

<양재천 산책>


양재천변에 있는 느릅나무로써 조지 오웰이 묘사한 느릅나무에 보다 가까운 것은 비술나무인듯하다. 양재천에서 처음 비술나무를 만났을 때, 나는 그 나무가 느릅나무인 줄 알았다. 4월에 그곳을 지나가다가 늘어진 나무줄기에 녹색 열매가 엄청나게 달린 나무를 발견하고 서였다. 그 나무 밑을 몇 번이나 헤매며 쳐다보다가 식물도감을 통해 마침내 그 나무가 비술나무인 것을 알게 되었다. 


비술나무는 참느릅나무보다 키도 크고 수양 버드나무처럼 늘어진 가지에는 훨씬 잎이 무성하다. 여인의 머리카락처럼 섬세하게 분지한 가지마다 무성한 잎들이 매달린 채 미풍에 살랑거리는 모습이 영락없는 조지 오웰의 작품 속의 느릅나무 모습이다. 나는 비술나무 곁을 지날 때마다 조지 오웰의 <1984년>을 생각하며 나무를 올려다보게 된다.


양재천의 비술나무


비술나무임을 판정하는 가장 중요한 잣대는 이 나무의 줄기라고 한다. 느릅나무는 줄기의 문양이 아래위로 곧게 갈라지는 특성을 보이는 데 비해, 비술나무는 아까시나무처럼 꽈배기를 틀면서 갈라진다는 것이다. 과연 양재천의 이 나무는 등걸이 아까시나무처럼 꽈배기를 틀면서 갈라져 있었다. 


양재천 비술나무 줄기


느릅나무의 가장 큰 특징은 동전처럼 생긴 납작한 열매이다.  3월 하순,  잎이 나기 전에 느릅나무 꽃이 피는데 작은 꽃들이 가지마다 다닥다닥 피고 5월 초가 되면 꽃이 핀 자리에 동전처럼 납작하고 둥근 열매를  맺는다.  씨앗 주변에는 둥글게 날개가 싸고 있어 바람을 타고 멀리까지 날아갈 수 있게 되어 있다. 한그루의 느릅나무가 얼마나 많은 씨앗을 생산하는지 씨앗이 떨어지는 계절이 되면 나무 근처에 씨앗이 수북이 쌓일 정도이다. 

거의 날마다 양재천을 걸으면서도 비술나무의 꽃을 찍을 기회는 놓쳤다. 내년 봄을 기다려야겠다. 대신 꽃이 진 자리에 초록의 종자가 닥지닥지 열린 모습은 5월 말까지도 볼 수 있다. 


비술나무의 열매


비술나무 종자가 하얗게 성숙하면 길바닥에 눈처럼 이 열매가 떨어져 쌓인다. 


성숙한 비슬나무 종자


양재천에서는 귀한 비술나무이지만 실은 우리가 흔히 만나는 나무라고 한다.

비술나무는 중부 이북에서 주로 자란다고 한다. 비술나무라는 말도 함경북도 방언이다. 개느릅이나 떡느릅나무로도 불리며 한자로는 야유(野楡)로 불려 야생의 느릅나무임을 나타낸다. 이처럼 비술나무는 그 멋진 외형에도 불구하고 느릅나무와는 구별되는, 느릅나무보다는 못한 느릅나무라는 뜻을 담고 있다. 


비술나무도 수피(樹皮) 및 근피(根皮), 잎, 꽃 등이 모두 약용으로 쓰인다. 


최근 강남구 공원녹지과에서는 이 나무의 죽은 가지를 잘라내고 예쁘게 정비하였다. 비술나무를 대신하여 내가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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