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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 전 일상

등교 전 꼭 해주는 일

by 아카씽


아이가 등교하기 전 아침은 정말 정신없는 시간이다. 일어나라, 빨리 먹어라, 씻었니, 뭐는 챙겼니, 시간보고, 왜 대답이 없니. 온갖 잔소리가 난무하는 긴박하고도 날카로운 시간이다. 그럼에도 빠지지 않고 매일 하는 것들이 있다. 안아주고 기도하기, 뽀뽀하며 사랑해 말해주기, 엘리베이터 앞까지 배웅하며 인사해 주기, 창밖으로 손 흔들고 손하트 만들어주기. 어떤 날에는 여유 있게 하지만, 사실 대부분의 날들은 속성으로 이루어진다. 그럼에도 우리만의 루틴을 지키기에 노력한다. 정신없이 날카로운 시간을 뭉툭하고 부드럽게 깎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아파트 모퉁이를 돌면 나는 창문으로 콩알만 해진 아이를 내려다볼 수 있다. 그땐 괜히 애틋하다. 혹시라도 내가 늦게 내려다보면 아이는 매일 보는 그 자리에 멈춰 기다리고 있다. 또 내가 먼저 창을 여는 날이면 아이가 모퉁이를 돌 때까지 기다린다. 그렇게 하루의 시작 중 유일한 우리의 기다림과 멈춤.


내가 아이를 콩알로 보듯 아이도 내가 콩알로 보일 터. 크고 활기차게 손을 흔들어 콩알의 존재를 알리고, 손머리 하트로 사랑을 점찍는다. 그러면 세상 다 얻은 힘찬 인사와 하트가 내게 돌아온다. 아파트가 떠나갈 듯 우렁차게 "갈게!" 외치며 뛰어가는 뒷모습이 누구보다 밝다. 활기차다. 즐겁다. 그러면서 안심된다.


오늘 하루가 아이에게 그 어떤 일로 색이 입혀질지 아님 얼룩이 질지 알 수 없는 일이다. 하루의 시작만큼은 사랑으로 가득 차서 그 어떤 색과 얼룩에도 굴하지 않길 바란다. 오늘 하루가 사랑으로 가득 차길 온마음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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