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등굣길, 교문 앞에서 마음이 멈췄다
어제는 모처럼 휴가를 냈다. 오랜만에 여유 있는 아침이 생겨,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기로 했다. 늘 아내가 해오던 일이었지만, 오늘만큼은 내가 함께 걷고 싶었다.
같은 길인데, 어쩐지 처음 걷는 듯했다. 푸르게 우거진 나무 사이로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고
조용히 불어오는 바람은 내 마음까지 시원하게 만들어줬다.
아이와 나란히 걷다가 어느새 학교 정문 앞에 다다랐다. 친구들을 향해 환히 웃으며 걸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이 괜히 마음 한편을 간질였다.
그때 문득, 교문 위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건강한 학교, 행복한 아이들'
늘 붙어 있었던 문구인데, 오늘은 이상하게 그 말이 마음 깊숙이 머물렀다.
행복이란 뭘까. 늘 거창하고 특별한 무언가를 상상했지만, 그보다 이런 날들 속에 조용히 머무는 건지도 모르겠다.
아침 햇살 속을 아이와 천천히 걷는 일. 친구들과 웃으며 인사 나누는 일. 그런 하루가 쌓이다 보면 아이도, 나도 진짜로 '행복하다'라고 느끼지 않을까.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아침마다 분주하게 나와 회사로 향하던 날들이었다. 출근 시간에 맞춰 빠르게 걷고, 하루 종일 정신없이 일하다 퇴근 후엔 지친 얼굴로 돌아가는 반복. 그런 리듬 속에선 내가 뭘 보고 있는지도 모르고 하루를 흘려보내기 일쑤였다.
그런데 오늘은, 아이 손을 잡고 걷는 그 짧은 시간 안에 참 많은 걸 느꼈다.
햇살도, 바람도, 아이의 손 온기도, 모두 그동안 놓치고 살던 것들이었다.
등굣길이라는 아주 짧은 순간에도 서로의 마음이 오가고, 하루를 잘 살아내야겠다는 다짐도 생긴다. 매일 똑같은 아침 같아도, 그 안엔 늘 다른 결이 숨어 있었다.
이제는 그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고 싶지 않다. 짧은 등굣길이라도 마음을 담아 걷고, 하루를 준비하는 소중한 시간으로 남기고 싶다.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오늘이, 그리고 내일이 건강하고 행복한 날이 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