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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네 타는 아이들, 잊고 있던 마음

어릴 적 나에게서 온 편지

by 아카


오랜만에 학교 운동장을 지나던 길이었다. 울창한 나무 그늘 아래 아이들이 모여 놀고 있었다. 어떤 아이는 모래를 발로 차며 장난을 치고, 또 어떤 아이는 나뭇가지 하나를 들고 놀이에 한창이었다.


그중에서도 시선을 끌던 장면은 그네를 타는 아이들이었다. 두 아이가 나란히 앉아, 발을 구르며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가 다시 내려오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웃음소리와 발을 구르는 소리가 운동장 가득 퍼졌다.


멈춰 서서 한참을 보았다. 아이들은 누굴 이기려는 것도, 뭔가를 이루려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그 순간 자체를 즐기고 있었다. 오르내리는 그 움직임 안에서 아이들은 충분히 행복해 보였다.



요즘 이런 모습들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


어른이 되면 뭔가 의미 있는 일만 해야 할 것 같고, 결과가 있어야 안심이 되곤 한다. 하지만 그네를 타는 아이들을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아무 목적 없이 노는 것. 그 자체로도 충분히 가치 있고, 살아 있다는 느낌을 주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


말없이 오르내리는 아이들의 모습은 어쩌면 하나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혼자만의 상상 속을 여행 중일 수도 있고, 누가 더 높이 오르나 겨루고 있는 중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게 무엇이든 다 괜찮아 보였다.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무엇이든 해도 좋은 시간. 그게 바로 아이들의 시간


문득,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나 역시 그네를 타며 하늘을 올려다보던 시절이 있었다. 친구와 소리 내 웃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던 날들. 그때는 내일보다 오늘이 더 중요했고, 결과보다 재미가 먼저였다. 그런데 지금은 내일을 위해 오늘을 미루는 게 너무도 익숙해져 버렸다.


아이들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작은 다짐 하나를 했다. 오늘 하루의 한 장면을 조금 더 천천히 들여다보자고. 완벽하지 않아도, 바쁘지 않아도 괜찮다고. 의미 있는 하루는 그런 순간들 안에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햇살은 따뜻했고, 그네는 멈출 줄 몰랐다. 평범한 여름날 오후, 고요하게 흘러가는 풍경 속에서 나 역시 마음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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