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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웃음소리가 그리운 당신에게

마음속에 오래 남아주길

by 아카


저녁 산책길, 공원 한쪽에서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멈춰 선 자전거와 킥보드 사이로 아이들은 나무 사이를 뛰어다니며 또 다른 놀이를 시작하고 있었다.


놀이 기구가 많지도, 특별한 곳이 아닌, 단순한 공원이었다. 하지만 아이들에겐 상관없었다. 벤치 옆 좁은 틈, 운동기구 뒤편, 나무 사이 좁은 길목까지 모두 모험의 땅이니까.




여름 저녁, 어른들에겐 하루가 저무는 시간일지 몰라도, 아이들에겐 그제야 하루가 시작된다.


해가 기울고 공기엔 여운 같은 습기와 더위도, 아이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달리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웃으며 달린다. 한참 놀다 보면 어느새 친구가 되어 있다. 아빠 손을 잡고 놀이터에 온 아이는 미끄럼틀 하나, 웃음소리 하나에 친구들과 금세 가까워진다.


술래잡기, 모래놀이, 킥보드 바꿔 타기만으로도 마음이 이어질 수 있다. 그만큼 아이들의 세계는 참 빠르고 따뜻하기까지 하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학교가 끝나자마자 가방 던져놓고 놀이터에 하나둘씩 모여들던 친구들.

해가 지고 엄마가 부를 때까지

멈추지 않던 시간들.


그 모든 순간이 지금도 마음 한편에 따스하게 남아 있다.


하지만 요즘은 분위가 많이 다르다. 아이와 놀이터에 가도 텅 빈 곳이 많다. "왜 아무도 없지?"라고 묻는 아이에게 뭐라고 답을 해야 할지.


학원 등 다른 일정들을 소화하느라 다들 바쁜 건 잘 알지만,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아이들이 맘껏 뛰놀 시간이 줄어드는 게 안타깝다.




그래서일까? 이렇게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저녁이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혼자 놀던 아이가 어느새 친구를 만들고, 함께 킥보드를 타며 깔깔댈 때, 아이들 세상이 참 빠르고 따뜻하구나 싶다. 누가 먼저 말을 걸었든, 누가 먼저 놀자 했든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하니까.


이런 모습이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들 웃음소리가 골목마다 울려 퍼지던 그 시절처럼, 지금 이 순간도 마음속에 오래 남아주길.


언젠가 어른이 되어 문득 그리워질 오늘 여름 저녁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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