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동업자 수린에게

함께의 시간을 한 달 남겨두고 적어두는 고백

by 삶예글방

2025. 11. 6


스물 여섯 편을 끝으로 「책방지기 사생활실록」의 연재를 마무리 합니다. 브런치에서 제대로 처음 연재해 본 글이었는데, 글친구들과 함께 쓰다가 몇 개월간 혼자가 되었음에도 매 주 돌아오는 목요일의 연재일이 저를 쓰게 했습니다. 그저 읽고 쓰는 사람으로 살아가면서 하루라도 더 살고 싶어지게 만들었던 이야기를 나도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다. 그런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마음으로 업무의 희노애락과 사생활의 매콤달콤한 단상이 얼기설기 버무려진 비빔글을 연재하기 시작했죠.


저는 사랑하는 동업자와 둘이 함께 망원동 골목길에서 책 읽는 비건 미용실, 그러니까 책방과 미용실을 함께 운영해왔습니다. 서로 잘 하는 것 같이 오래 하자며 시작했고, 우리에게 끝은 상상할 수 없어 좋다던 말을 했지만, 예상치 못하게 다가오는 삶의 파도를 마주하며 함께의 시간을 잠정적으로 마무리 하게 되었습니다. 쓰는 일이 아니었다면 이 파도를 차분히 올라탈 수 없었을 것 같아 아찔합니다. 조용히 하트를 눌러주거나 댓글이나 메시지로 감상을 남겨주는 분들 덕분에 또 계속 쓸 수 있었습니다. 고마운 마음, 또 앞으로를 잘 살아내고 싶은 마음에 마지막편은 이렇게 돌봄의 자리로 떠나는 수린에게 남기는 편지로 대신하려 합니다. 실은 이 편지는 한참 전에 쓰여졌습니다. 수린의 부재가 결정되고 나서 아마 며칠 내에 적어둔 글인듯 합니다. 이제는 웃으며 이 편지를 건넬 수 있을 것 같아 오늘의 마음을 조금 더 얹어 적어둡니다.


그동안 「책방지기 사생활실록」을 읽어주셔서,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만간 삶예글방 2기 글친구와 함께 새로운 이야기로 다시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2025. 8. 21


수린에게




니가 언제든 돌아오고 싶어질 때 올 수 있는 그늘을 주는 나무가 되도록 천천히 커나가고 있을게


뭐 끝까지 안돌아와도 그냥 책방에 위로받으러 와도돼고




어떤 형태든 계속 살아있어야지.

그게 어떤 방식으로든

내가 숨쉬는 이유로



네가 아들과 둘째 아이를, 가정을 지키는 동안

나는 아쳅토를 지킬게. 이곳에 오는 친구들의 마음과 삶을 같이 지킬게.

그것이 나혼자만의 큰 마음이어도 아직은 놓고 싶지 않아.


그래도 짧게나마 주어진 시간 동안 최선의 방법을, 잘 찾아 볼게.





2025. 11. 6


우리에게는 각자 자신만의 커다란 닻이 있다. 마음속에 바람이 몰아칠 때 고통을 가라앉혀주고 쉴 수 있게 해주는 커다란 닻이다. 이 같은 커다란 닻이 있기에 휴식이라는 은총을 받을 수 있다. ✴︎



나의 닻, 휴식이자 활력이고 은총같은 사람.

고마워. 너와 함께여서 망망대해를 웃으며 항해할 수 있었어. 이제 덕분에 혼자서 모험을 이어가볼 수 있을 것 같아. 앞으론 내가 닻이 되어줄게.




준비가 되었다면 이제 마지막으로 용기를 내서 새로운 길을 가보자. 어쩌면 이 단계가 가장 어려울지 모른다. 습관이 너무나 강하게 뿌리박혀 있고 생각하는 틀이 좁으면 용기는 밥 먹을 때만 쓰는거라고 생각하기 쉬우니까. 인생은 멀리 바라보는 항해와 같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인생이라는 항해를 제대로 하려면 상상력을 마음껏 활용해야 한다. 그래야 답답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대답을 해보면 상상력을 활용할 수 있다. 이미 사람들이 지나간 고속도로를 그대로 가지 말고 나만의 새로운 길을 개척해보자. ✴︎




✴︎ 로랑스 드빌레르 「 모든 삶은 흐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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