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운동장, 지붕 있는 운동장의 특별함
돔구장이라는 존재는 특이하다. 체육관처럼 생겼지만, 돔구장은 엄연히 돔구장으로 칭한다.
최근에는 지붕이 있는 대형 실내경기장의 통칭처럼 쓰이지만, 야외 경기장에 지붕이 있는 개념의 운동장,
1965년 미국 휴스턴에 들어선 애스트로돔을 시작으로 대부분은 야구를 위한 운동장으로 흔히 만나게 된다.
-물론, 미국의 경우는 최근 들어 MLB보다 오히려 NFL에 돔구장이 더 많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더위나 추위를 피하는 것부터, 우리나 일본에게는 여름 내내 내리는 비를 피할 수 있기에 매력적인 공간.
한일 슈퍼게임에서 우리 야구에 새로운 운동장의 모습으로 충격을 주었던 공간도 바로 일본 도쿄돔이었다.
1988년에 문을 연 도쿄돔. 그렇다, 우리가 올림픽을 처음 개최했을 때 만든 운동장이다.
이젠 많이 낡은 공간, 기압 차이를 이용한 방식으로 지붕을 유지해 입장 시 마치 비행기를 탄 듯한 느낌이 든다.
우천 취소가 많은 일본에서는 돔구장도 인기가 높다. 야구가 펼쳐지는 운동장 중 5곳이 돔구장이라는 거.
돔구장의 형태도 다양하다. 지붕이 고정된 형태와 열리고 닫히는 형태로 일단 큰 구분이 가능하다.
또, 돔이라고 하면 야구장의 개념이 우리에겐 가장 익숙하지만, NFL이나 축구장 등 다양한 운동장이 있다.
2006 월드컵 당시 옛 축구장을 개보수하며 하프돔 형태로 만든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코메르방츠 아레나,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일본에서는 비가 아닌 눈이 더 큰 고민이라 돔구장으로 지어진 삿포로돔,
특히 삿포로돔은 축구장과 야구장이 함께하는 공간, 인조잔디와 천연잔디 피치가 오가는 특이한 운동장이다.
이렇게 다양한 돔구장들 사이에서 우리에게도 끝없이 돔구장에 대한 희망과 실망은 교차했다.
거의 대부분의 팀들이 한 번쯤 우승과 인기 사이에서 지붕 있는 운동장의 건립을 이야기했고, 포기했다.
야구 관계자들은 비가 오는 날이면(최근에는 미세먼지나 황사에도) 돔구장의 필요성에 피를 토했다.
환상 속의 동물처럼 언급만 됐던 우리의 돔구장, 그 첫 산물은 동대문이 사라진 뒤에야 가능했다.
논란과 고민, 그리고 많은 우려들을 뚫고 드디어 지난 2015년에야 처음 들어선 지붕 있는 운동장, 고척돔.
공사 과정부터 서울시와 이곳을 홈으로 쓰는 히어로즈 구단 사이의 갈등, 좌석과 교통문제까지...
여러 가지 지적을 가득 받으며 문제가 많은 곳처럼 언급되기도 했지만, 그래도 우리나라 최초의 돔구장이다.
건축 자체의 아름다움으로 상을 받기도 했고, 야구 외에도 다양한 행사를 치를 수 있는 지붕 있는 운동장,
고척돔은 유일하게 우리나라에서 날씨를 신경 쓰지 않고 국제대회를 치를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논란과 희소성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모두 지닌 이곳은 어찌 됐던 이제 우리 야구에 있어 매우 중요한 곳이다.
직접 보면 부족함도 분명하지만, 그것보다는 이제야 지어진 그리고 고작 한 곳밖에 없다는 아쉬움이 더 큰,
우리나라 최초의 지붕 있는 운동장, 고척돔. 가을야구는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추워진 날씨에 더욱 소중하다.
그리고, 2020년. 여러 가지 이유에서 늦어진 프로야구 일정 사이에 고척돔의 소중함은 다시 빛나고 있다.
11월 둘째 주에야 펼쳐질 플레이오프부터 대망의 한국시리즈는 모두 고척돔, 중립경기로 치러진다는 것!
-물론, 홈팀인 키움이 그 시리즈에 온다면 과연 이곳의 중립이 중립인 것인가에 대해 의문도 들지만.-
코로나19와 함께하는 이상한 시대, 과연 고척돔이 없었다면 우리의 가을야구는 어떤 모습이었을지...
하나뿐인 지붕 있는 운동장의 소중함이 문득 드는, 어느덧 쌀쌀해진 하늘 아래 가을야구를 기다리며 든 생각,
그리고 과연 우리에게 두 번째 돔구장은 언제쯤 함께할지, 아니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이 같이 밀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