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운동장, 에필로그
한 시즌의 끝자락, 운동장을 더 자주 찾을 수밖에 없는 가을이다.
어제는 야구장에서 시즌 최종전을 만났고, 내일은 축구장에서 리그 최종 라운드와 함께한다
다가오는 긴 겨울, 한동안 직접적으로 -최소한 일을 위해서- 운동장에 나갈 일은 뜸해진다.
그런 겨울의 입구에서, 또 야구장과 축구장이란 가장 흔한 운동장 사이에서,
오늘도 운동화 끈을 다시 조이며 길을 나선다. 가장 가까이 있는 운동장을 향해.
세상은 어디든 운동장, 그리고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며 곁에 두어야 할 필요한 공간인 운동장.
운동장이라는 공간이 참 힘들었을, -하긴 세상 모든 것들이 힘든- 시대에서 그 소중함은 더 크다.
쉽게 사람들과 함께 운동장에서 응원을 하기도, 또 모여서 운동을 같이 하기도 어려운 시대에 산다.
그렇기에 더욱 이 시점에서 운동장을 그리워하고, 그 공간의 의미와 가치는 아득하게 소중히 다가온다.
긴 시즌의 시작을 품은 봄의 운동장, 더위가 스멀스멀 밀려오면 약간은 귀찮은 운동장 가는 길,
운동회라는 이름과 어울리는 가을의 여러 운동장 풍경과 잠시 한 텀 쉬어가는 겨울 운동장까지.
우리 곁에 운동장은 모든 순간마다 각각 어울리는 풍경을 품고 곁에서 함께하고 있다.
그 사이에서 다시 새로운 운동장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디뎌 본다. 다시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한동안 뜸했기에, 또 쉽게 갈 수 없었기에 어쩌면 더 소중해진 그 운동장의 시간들을 향해서,
물론 때때로 이곳에서의 시간은 아픔과 슬픔, 짜증과 분노를 유발한다.
선수들에게 응원만큼 비난을 보내는 순간도 흔하게 다가온다.
감동의 기쁨은 우리를 눈물짓게 하지만, 그런 경험보다는 대부분은 실망이 더 많았을 운동장의 시간.
혼자 운동하는 시간도 마찬가지다. 쾌적한 땀의 보상보다는 힘들고, 나서기 귀찮은 날들이 더 많다.
스스로의 의지에 대해 그 무너짐을 후회하고 아쉬워해봐야 늦은 후회일 때가 흔한 우리의 날들.
그 모든 것들을 돌이켜보더라도, 운동장은 다시 찾게 되는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는 공간이다.
대부분의 운동장에 대한 이야기가 보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일 터, 규모나 접근성을 보면 당연하다.
스포츠 시장의 규모를 담아, 대중적 문화의 한 요소로 자리하는 스포츠의 공간인 운동장을 바라본다.
한편에서는 이 공간의 건축적 가치나 의미를 이야기하고 그 부분에 집중해 이야기를 풀어가곤 한다.
하지만. 어찌 됐던 그 모든 시즌은 끝이 있고, 모든 종목들의 이야기는 내 이야기이긴 힘들다.
그렇다면, 모든 시즌의 끝자락에서 스스로 만든 세상 어디든 있는 운동장을 돌이켜보면 어떨까?
스스로 그 가치를 느끼기 위해, 운동장을 만들어 들렸던 긴 시즌을 돌이켜본다.
다행히 이 시즌은 쉽게 그 끝을 보이지 않으며, 한 대회를 마치면 또 그 다음 대회를 스스로 준비하면 그만이다.
지친 숨을 고르며, 다시 달려야 할 시간. 결승점에 선 운동장은 저 멀리 다시 출발선을 준비하고 있다.
운동장의 시간을 그리워하며, 다시 모두가 함께 달릴 그 시간을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2020년 가을,
뛰면서 보는 운동장과 멀리서 지켜보는 운동장은 다른 공간이지만, 모두 크게 다르지 않다.
내가 뛰어야, 그들의 뛰는 시간이 힘든 것을 알 수 있다.
스스로 달리며 운동장의 공간적 가치와 크기를 느낄 수 있다.
한 번쯤은 뛰며 숨이 찰 때까지 뛰어봐야 그들의 눈물과 아픔도 이해한다.
조금이라도 더 스포츠를 느낀다면, 승패를 넘어 운동장에 담긴 가치가 공감될 것이다.
내가 뛰는 시간, 내가 보는 운동장의 시간을 더 가치 있게 만드는 작은 노력.
우리 모두의 건강한 하루를. 몸과 마음의 건강한 시간을 위해 달려보자.
공간이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우리 곁에 있다. 멀지 않은 곳에 언제나 있는, 세상은 운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