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석원PD Feb 09. 2021

모든 날, 모든 러닝

겨울의 끝자락을 달리며

아침마다 거리에서 달리기를 이어온 지 어느덧 벌써 1년,

처음 러닝은 그저 피트니스센터에서 주로 트레드밀을 뛰는 걸 2년 넘게 이어왔다.

한 번씩 거리를 달리고, 달리기 좋은 코스를 달리기도 했지만 주로 실내에서 뛰었던 과거.

대회 참가를 위한 필드 러닝이 거의 전부였던 실외 달리기는 1년 전부터 시작됐다.


코로나19, 그 중심에 있던 대구에서 피트니스 센터를 가는 건 쉽지 않았다.

매일 이어지는 특보 생방송 탓에 시간도 애매해졌다.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치는 날들,

이러면 진짜 지치겠다는 생각에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그저 동네를 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3~4km만 뛰어도 코스가 충분했다. 30분 정도 뛰고 출근 준비를 위해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이 루틴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하루의 첫걸음으로 자리했다.

아침 일찍 뛰지 않으면 하루 종일 몸이 무거웠고, 달리는 시간이 하루 중 가장 기대되기 시작했다.

추위와 더위, 비와 바람, 황사와 미세먼지는 점점 핑계처럼 여겨졌고, 매일을 달렸다.

비가 많이 내리는 날엔 어쩔 수 없었고, 일정이 아침부터 바쁜 날에는 별 수 없었지만...

1년의 시간을 돌이켜보면 아마 보름 정도를 제외하고 거의 매일 달렸다. 340일은 뛴 듯하다.


달리기라는 이름의 시간, 멈추지 않고 꾸준하게 달렸던 날들, 결코 빠르진 않았다.

그저 동네 길거리를 걷던 시간은 어느덧 층층이 쌓여 나의 시간으로 남겨졌고 오늘도 달렸다.


달렸던 시간, 그 흔적들을 모아두면서도 스스로의 시간을 돌이켜보면 많은 기억들이 교차한다.

함께 달리는 친구들도 생겼고, 익숙한 동네에 이곳저곳 내가 못 보던 풍경들도 만날 수 있었다.

건강해지는 것도 당연한 노릇이지만, 몸보다 마음의 건강이 더 크고 깊게 남겨진 듯하다.

누구에게라도 달리기를 권하고 싶은 이유도 그것, 내 마음의 건강이 더 커졌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날, 모든 러닝. 모든 공간과 모든 달리기가 다 좋았다.

앞으로의 시간도 계속 이렇게 달리고 싶기에, 오늘도 달린다.

건강해야 달릴 수 있고, 달려야 건강하다.


어느덧 겨울도 끝자락, 달리기 힘든 계절은 이렇게 끝나간다. 추위에 부상 없이 달린 것에 감사,

그리고 곧 또 올여름, 다시 힘들겠지? 그래도 그 땀방울은 즐거운 결과물이니깐. 오늘도 달린다.

작가의 이전글 전지훈련, 길지만 짧은 시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