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능사용자

by ACCIGRAPHY





"너 혹시 David Choe랑 친해? 나 완전 팬인데."


"그게 누군데? 작가야?"


"어. 한마디로 말하기 어려운 사람인데... 찾아봐! 너도 좋아할 거야!"


2009년 크로아티아에서 루나가 말했다. 루나는 아래 이야기에 최초 언급되었다.





데이비드라는 작가는 루나 말대로 재밌는 사람이었다.


그의 인생에는 '인간 본능의 작용과 사례'라는 제목이 붙어야 마땅했다. 그를 알게 되기 전까지 내가 아는 본능 잘 쓰는 사람은 연암 박지원 정도였다. 친구 삼고픈 전형적 인간형으로 전 직장에서 오직 팬심으로 연암 선생에 대한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도 있다.


그가 장르를 초탈한 형식으로 조선후기 글판에서 '문체를 타락시킨 자'로 낙인찍혔듯 데이비드도 자신이 속한 분야나 여타 그룹으로 부터 찬사와 공격을 동시에 받는 작가다.


그는 10대 시절 히치하이킹으로 북미 50개가 넘는 주를 여행하면서 본능적 존재로 살아가기 위한 기본기를 다졌다. 10대에 시작된 그의 인간 탐구 여정은 콩고 피그미족과의 동거에서 뱅크시(Banksy)급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하기까지 현란한 여정이었다. 그러다 2009년부터 그는 자신의 작품을 비싼 값에 파는 행위를 중단하고 그저 재미로 그리며 주변사람들과 나누기 시작한다.




그의 라이프스타일은 논란이 많았지만 그 중 내가 봐도 이상한 건 한 두가지 정도이고 나머지는 캔슬컬처의 텅 빈 외침이 대부분이다.


그는 본능사용자로 사느라 논란이라도 일으켰지만 내 눈에 정작 논란거리는 '인간이라는 고급 사양'을 부여받고도 그 어떤 물의도 일으키지 않고 사는 것이다. 자기답게 살다가 논란의 중심에 좀 서면 어떤가. 누군가를 해한 것이 아닌 이상 누구든지 각자의 인생에서 논란에 좀 서면 좋겠다.


좋아하는 목사님이 있다.

목회 중 실족으로 교단에서 영구제명되었으나 내게 그 목사님은 어린 나에게 지금까지 유효한 진리 한 가닥을 전해 준 사람이다. 한 친구는 그 목사님의 실족을 들먹이며 그런 사람이 하는 말을 어떻게 아직 가르침이라고 부르냐고 하지만 그는 내게 목사라는 페르소나도 있는 한 인간일 뿐이다. 타자는 내게 없는 '한 끝'을 항상 지니고 있기에 나는 그가 지녔던 한 끝을 내 것 삼은 후 그저 같은 인간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인간은 공과功過의 존재이기에 그의 공은 공으로 과는 과로 각기 다른 서랍장에 넣어두었다. 인간이 얼마나 실족하기 쉬운 존재인지 내 과거만 언뜻 돌아봐도 안다.


나는 데이비드 같은 사람이 크게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는 사회가 좋다. 대부분의 인구가 실수할지언정 감히 자기 안의 소리를 따라가 보고 각자 생긴데로 이상하게 존재하다 심심하면 논란의 중심에도 좀 서 보고 그랬으면 좋겠다.




우리는 사회적 존재로 무난히 지내기 위해 본능을 누르는 쪽으로 길들여져 왔지만 어떻게 잘 쓰는지는 배우지 못했다. 그렇지만 괜찮다. 자기한테 물어보면 친절히 답해준다. 자기랑 안 친하면 물어봐도 안 가르쳐 줄 수가 있으니 평소에 신독해야한다.


산책하다가 신기한 꽃을 보았다.


흰 잎에 노랑 탁구공 달아놓은 생전 첨 보는 꽃이었는데 얼마나 자기를 좀 보라고 소리치는지 안 쳐다볼 수가 없었다. 본능적으로 카메라를 들이댔다.


본능사용자가 무엇인지에 대해 정의하지 않고 사례만 제시한 것은 의도된 행위다. 아래는 어제 오늘 산책길에 만난 본능사용자들.




"나 하얗고 노랗고 난리 났지? 예쁘지?"
"나 보들보들 화려하지?"
"나 꿀 잘 빨지?"
"나 메마름 잘하지?"
"나는 일광욕하는 흰 장미로 존재하는 중"
"이런 보라색 본 적 있어? 난 처음이야."
"나 녹 잘 슬었지?"
"나 바나나 잘하지?"
"what will your verse be?" (a quote from whit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