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에서 크리스마스이브
대문사진을 자세히 보면
미꾸라지 몇 마리를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그 사이 또 몇 마리 새로 그려봤고요
크리스마스라 시댁에 왔지만 말은 달려야 하니까요
아이패드 주변으로 관객이 형성됩니다
리씨를 위시한 시댁 조카들이죠
아이들에게 물어봐요
"이거 무슨 동물 같아?"
다행히 돌아오는 대답은 '말'입니다
근데 이게 2026이라는 숫자로는 아직 안 보이는 모양이에요
특히 6을 좀 더 6 답게 써야 할 것 같아요 동그라미와 선의 연결 부분을 살짝 더 타이트하게
그림이 아닌 글씨이기에
모든 획은 한번 그으면 끝이라서 이리해보고 저리해봐도 한 획으로 말머리를 표현할 재간이 없는 거예요
고민 끝에 전제를 바꾸기로
이건 글씨고 그림이다
이런 식으로 안 해봤지만 이번에 그냥 해보자
그리고 그냥 맘 편하게 턱도 그려 넣고 눈이랑 귀도 슥슥 그었죠
글씨냐 그림이냐는 나한테나 중요한 사안이지
보는 사람에게 그렇게 중요할까?
물론 이게 '나한테 중요하냐'는
전부라 할 만큼 중요한 부분이지만
보는 사람이 바로 이해할 수 있느냐?
이건 또 예의와 성의의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요즘 제 글에는 마침표가 없는데
내일 제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글에 마침표를 못 찍고 있어요
마침표를 뭐 그런 용도로 쓰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지만
혹시나 누군가는 궁금해 죽을까 봐 예의상 밝혀봅니다
(내가 그런 사람임 궁금해 죽는 사람)
미리 이렇게 말해놔야 또 한획주의자로 복귀할 수도 있고
일단 오늘자 붉은말은 요롷케 생겼다는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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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 보니 지금 한국 시간은 크리스마스네요
크리스마스이브의 큰 이벤트는 온 가족이 동원된 거실에서 시어머니 머리 감기기였습니다
무릎을 좀 많이 다치셨거든요
욕실에 들어가실 수가 없는 상황
저까지 나설 생각은 없었는데 시누들 손놀림이 영 탐탁지가 않아서 등판할 수밖에 없었어요
귀 주변에 기름기를 간과하고 너무 대충 하길래 시누들한테 엄마 머리랑 목 받치고 있으라 하고 저는 테크니컬한 부분을 꼼꼼히 처리하고 새 물을 받아오라고 남편에게 명했죠
그랬더니 남편과 시누들이 더 헹굴 필요가 없다는 거예요
세상에 물에 거품이 항그득인데 이 사람들이 제정신인가 저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이거 한번 하는데 이렇게 어려운데 제대로 해야 된다 두피 건조한 거 봐라 거품 남아있으면 큰일 난다
큰일 난다는 표현은 뒤돌아보니 좀 웃기지만 가끔 저런 말을 하면 먹히더라고요
남편이 군말 없이 물을 받아왔어요
저는 흡족한 표정으로 거사를 마무리하고 슥슥 손을 닦고 다시 테이블로 돌아가 그리던 말을 그리기 시작했죠
해삐 벌스데이 예수님
우리 시어머니 무릎 잘 낫게 해 주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