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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CI Nov 16. 2022

원초적 힘을 따라간 아이


초등학교 5학년 때의 일이다.  


맨들맨들 새 학기 미술책을 받아 들고는

신나서 한 장씩 아껴가며 넘겨보다가

한 페이지에서 시간이 멈추었다.


흰색 종이에 검은 글씨가 써져 있는

서예 작품이었는데

차분한 정자체로

'부모사랑'이라고 쓰여 있던


다른 사람들에겐

지극히 평범해 보일 수 있는

그런 글씨 말이다.


흑백의 대담하고

원초적인 힘에 이끌려버린 나는

그날 이후 붓과 함께 내 삶을 만들어 왔다.




자연적 고양감(Natural High, 나비체), 120*180cm, 캔버스에 먹, ACCI CALLIGRAPHY 2016




그게 아마 내 첫 경험이었을 것이다.

원초적인 힘이 하라는 데로

뭔가를 해본 일이.


나는 붓이 이끄는 대로

이리저리 많이 돌아다녔는데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선물 같은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


그 후로 나는

내 시선이 무언가에 오래 머무르면

그것의 손을 꼭 잡고 따라가 본다.

평범하건 비범하건 상관없다.


하고많은 것 중에

무언가가 내 시선을 끌었다는 것이

이미 비범한 사건이다.





길에서 작업할 일이 많아 붓을 공구가방에 넣고 다닌다.  ACCI CALLIGRAPHY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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