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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Night Music Club

셰릴 크로

by 김성대


청바지를 입으며 자랐고, 신발도 15년째 신은 부츠가 있을 정도예요! 화장도 한 번 해본 적이 없죠. 그냥 사치가 체질에 안 맞는 것 같아요.


솔직함과 수수함을 창작의 연료로 삼은 싱어송라이터 셰릴 크로가 이 앨범을 낸 건 1993년.

그녀 나이 31살 때다.

31살.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을 구분할 줄 알고, 절망과 희망을 동시에 말할 수 있는 나이.

누군가는 음악가로서 데뷔하기엔 늦은 나이라 여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둡고 무거운 내용을 밝고 경쾌한 멜로디에 얹어 노래하기에

30대 초반은 이상적이다.

10~20대의 흥분과 감성, 40~50대의 지성과 지혜를 함께 품을 수 있다.


세인트루이스 출신인 셰릴은 재즈 음악가였던 아버지 영향으로 늘 음악에 둘러싸여 자랐다.

그가 베시 스미스와 빌리 홀리데이를 롤링 스톤스와 접목할 수 있었던 건 그래서다.

셰릴에게 저 거인들은 음악으로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감정을 전달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클래식을 통해 피아노를 익히고 독학으로 기타를 연마하며 음악과 함께 커온 소녀는 자연스레 음악을 업으로 삼게 되는데, 80년대 세인트루이스 인근에서 밴드 활동을 하며 갈고닦은 그의 실력은 훗날 에릭 클랩튼과 컨트리 가수 와이노나 주드Wynonna Judd에게 곡을 제공하는 데까지 이른다.

셰릴은 악기 연주나 작곡력 외 탁월한 목청도 갖췄던 터라

조지 해리슨, 조 코커, 스티비 원더, 로드 스튜어트, 마이클 잭슨, 돈 헨리, 포리너가 앞다투어 그의 실력을 빌렸다.

그러니까 셰릴은 재능이 모자란 게 아니었다.

그저 때를 기다렸을 뿐이다.



데뷔작 제목은 왜 '화요일 밤 음악 클럽Tuesday Night Music Club'일까.

그건 프로듀서를 맡은 빌 보트렐Bill Bottrell과 연관이 있다.

사실 셰릴은 데뷔 앨범 발표 전 약 1년 동안 캘리포니아 주 패서디나에 있던 빌의 스튜디오에 화요일 밤마다 가서 그곳 뮤지션들과 잼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하나같이 실험 정신과 창작 의지로 가득했던 현장의 '크루'들과 늦은 밤, 때로는 날이 밝을 때까지 이것저것각자 가까이 있는 악기를 잡거나 마이크를 드는 등 하다 보면 특별한 무언가가 생겨났고, 그것들은 차곡차곡 빌 보트렐의 지휘 아래 녹음됐다. 예술은 때론 예정과 규정이 없는 자유분방한 분위기에서 가장 뛰어난 결과물을 토해내는 법. 사치스러움을 싫어하는 셰릴은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방법으로 최고의 음악을 얻어낼 수 있었다.


나는 언제나 무언가를 쓰거나 읽습니다. 이야기는 훌륭한 예술이고, 음악은 그런 예술에 최적의 장場이라고 생각해요.

셰릴 크로


존 스타인벡, 마크 트웨인, 톰 로빈스, 존 어빙을 좋아하는 셰릴은 그렇게 '이야기가 있는 음악'으로 자신의 데뷔작을 가득 채웠다.

첫 곡 <Run, Baby, Run>에서 앨라배마 민권 운동에 관여한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그 딸의 이야기를

4분 남짓한 노래 속에 완벽하게 녹여내는 솜씨를 보라.

과연 셰릴이 10대나 20대에 데뷔했다면 저런 경지를 펼쳐낼 수 있었을까.

자신의 한계를 아는 사람과 나서야 할 시기를 아는 사람의 미래는 웬만해선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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