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세계적인 음반 체인점 일본 HMV가 지난 2003년 발표한 <일본 톱100 팝 아티스트(Top 100 Japanese pops Artists)>를 참고해 주요 아티스트 목록을 정리한 것이다. 첫 주인공은 오키나와 팝 밴드 비긴(Begin). 비긴을 시작으로 일본의 대중음악(J-Pop)을 대표하는 뮤지션 및 밴드 100팀을 소개해나갈 예정이다. 제이팝을 좋아하거나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신 분들에게 좋은 참고자료가 되길 바라며.
시마우타(島唄)?
일본 오키나와에는 시마우타(島唄 - 아마미(奄美), 오키나와(沖縄) 등 일본 남서쪽 제도(諸島)의 민요. 오키나와의 옛 지명인 류큐(琉球) 음계에 따라 전통 현악기인 산신(三線)과 북 등을 반주 삼아 부른다.)라는 오키나와 전통 민요가 생활 깊숙이 자리해있는데, 이는 일본에서도 '민요의 보고(宝庫)'로 여겨지며 현재까지도 매일 같이 신곡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오키나와 전통 현악기 산신(三線)
오키나와 팝(オキナワンポップス)
90년대 초기 활동한 린켄 밴드(りんけんバンド)와 네네즈(ネーネーズ)를 비롯, 92년에 시마우타를 크게 유행시킨 더 붐(The Boom)의 활약으로 일본에선 이른바 '오키나와 팝' 붐이 인다. 여기에 사카모토 류이치(坂本龍一)와 일본 국민 밴드 사잔 올 스타즈(サザンオールスターズ)까지 가세, 자신들의 작품에서 전자 악기로 오키나와 멜로디를 구사하며 장르의 유행에 크게 일조한다. '꽃(花)'의 빅히트로 유명세를 탄 이시미네 사토코(石嶺聡子), 오키나와가 낳은 '별종' 아티스트 코코(Cocco), 그리고 비긴과 모리야마 료코(森山良子)가 함께 쓴 '눈물이 주룩주룩(涙そうそう)'을 커버해 주목 받은 나쓰카와 리미(夏川りみ)도 모두 그런 오키나와 팝 전성시대의 수혜 아래 새겨진 이름들이다.
시작(Begin)의 시작, 그리고...
몽골800(モンゴル800), 에이치와이(HY), 오렌지 렌지(Orange Range) 등 일본 음악 씬에서 화제가 되었던 '젊은' 팀들도 꾸준히 알려나간 오키나와 팝. 여기에선 시마우타와 오키나와 팝을 논할 때 절대 빠트려선 안 될 밴드, 비긴에 관해 알아보자.
비긴은 산신 연주와 메인 보컬을 맡은 히가에쇼(比嘉栄昇), 기타와 코러스를 맡는 시마부쿠로 마사루(島袋優), 그리고 건반과 코러스를 담당한 우에치히토시(上地等)로 구성된 트리오다. 셋은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죽마고우였고, 음악을 할 수 있는 좀 더 나은 환경을 찾아 수도 도쿄로 올라왔다.
1988년, 지인의 결혼식 파티에서 처음 '비긴'이라는 이름으로 무대에 오른 이들은 마침 그 자리에 있었던 라이브하우스 주인의 눈에 들어 가게 고정 출연 제의를 받는다. 1년 뒤 TBS 프로그램 <헤이세이 명물TV 이카스(生かす, '살리다' '발휘하다'라는 뜻)밴드 천국(平成名物TVいかすバンド天国)>, 통칭 <이카텐>에 출연한 비긴은 단박에 '이카텐 킹(いか天King)'에 올라 명성을 얻기 시작한다. 여세를 몰아 1990년도엔 닛산 자동차 CM송으로 쓰인 싱글 '사랑해서(恋しくて)'로 공식 데뷔까지 치르게 된다.
데뷔 10주년이었던 2000년. NHK 아침드라마 <츄라상(ちゅらさん)>에 출연해 음악도 연기도 완벽하게 소화해낸 비긴은 같은 해 고향 오키나와를 향한 감사의 마음을 담은 [비긴의 시마우타-오모토타케오(ビギンの島唄~オモトタケオ)]를 발매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초기 명반 [음악여단(音楽旅団)] 이후 부진을 말끔히 씻는 순간이었다.
2년 뒤인 2002년, [비긴의 시마우타-오모토타케오(ビギンの島唄~オモトタケオ)] 2탄을 발매한 비긴은 히트곡 '섬사람의 보물(島入ぬ宝)'이 오키나와NHK '오키나와 본토 반환 30주년 이미지 송'으로 선택되며 전성기를 누리게 된다. 비긴은 그해 연말, 일본의 슈퍼스타들만 출연한다는 <홍백가합전(紅白歌合戦)>에도 처음으로 출연, 절정의 인기를 마음껏 누렸다.
ビギンの島唄~オモトタケオ2~
아티스트 begin
Music From B.Y.G
아티스트 begin
일오일회(一五一会)
2003년. 비긴이 악기를 직접 만든다. 악기 이름은 일오일회(一五一会). 산신과는 다른 4줄짜리 현악기로, 이들은 이 악기를 전면에 내세워 새로운 어레인지를 거친 셀프 커버 앨범 [비긴의 일오일회, 일본음악 커버집/양악 커버집(Beginの一五一会・邦楽カバー集、洋楽カバー集)]을 발매해 팬들의 마음에 평온을 가져다주었다.
ビギンの一五一會
아티스트 begin
록과 라틴음악, 그리고 블루스에 시마우타라는 일본 전통음악을 녹여 오키나와 사람들의 느긋함, 태양과 해변의 '향'을 전하는 비긴은 2012년작 [열대 음식(トロピカルフーズ, Tropical Foods)]까지 정규작만 32장을 내며 왕성을 활동을 펼쳤다. 혹자는 그들의 공연에서 용기와 건강과 평화를 얻는다고 말한다. 음악을 들으면 알 수 있다.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당신도 곧 느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