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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Jan 03. 2016

혜성처럼 나타난 신스팝 뮤지션

우효 - 소녀감성

‘소녀감성 100퍼센트’라는 곡을 듣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키보드의 소심한 백킹 코드, 슬픈 멜로디, 보컬은 애처롭기 보단 차라리 무덤덤한 느낌을 주며 곡은 조용히 “나를 농구 선수로 키우겠다던 이름 모를 오빠”에게 바쳐지고 있다. 특히 곡이 시작되고 1분9초가 지난 뒤 들어오는 드럼 비트로 본격 가동되는 팝과의 유대감은 우효(Oohyo)가 ‘Teddy Bear Rises’를 좋아하는 에프엑스(f(x))의 크리스탈 말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이유처럼 보였다. 그의 등장은 뜬금없었다.

우효의 음악은 그야말로 “도둑같이” 한국 인디 신을 덮쳤다. 낭만과 우수가 뒤섞이며 내뿜는 음울한 신스팝 사운드는 컴퓨터 매직(Computer Magic)보다는 고개 숙인 야광토끼에 더 가까웠다. 그것은 평론가 최지호가 언급했듯 수단으로서 신시사이저가 아닌 “감성을 견인하는 실질”로서 신시사이저였다.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 피아니스트가 꿈이었지만 집안 형편상 글 쓰는 일 쪽으로 꿈을 바꾸어야 했던 우효는 결국 그렇게 글(가사)과 음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며 기존 꿈도 바뀐 꿈도 모두 이루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취미로 작곡을 시작한 우효는 단어만 봐도 피곤해지는 ‘고3’ 때 몇몇 인디 기획사의 눈도장을 받았고, 타인의 인정에 자신감을 얻은 그는 대학에 들어가 프로 뮤지션이 되기 위한 절차탁마에 들어간다. 그러던 2014년 가을, 뮤직커벨(Musicabal)이라는 인디 레이블과 연이 닿아 앨범 발매를 위한 정식 녹음을 하고 그 해 5월 마침내 첫 미니앨범을 세상에 내놓았다. 언젠가 배우 조재현이 딸과 오붓한 시간을 보낼 때 배경 음악이 되어준 ‘Vineyard(빈야드)’와 앞서 말한 ‘소녀감성 100퍼센트’가 더블 타이틀로 결정된 이 앨범의 제목은 다름 아닌 [소녀감성]이었다.  

개인 경험과 성경책에서 음악적 아이디어를 대부분 얻는다는 우효는 때문에 LA에서 세발자전거 탑승 전 헬멧을 쓴 자신의 다섯 살 때 모습을 앨범 재킷에 실으며 ‘우효’라는 이름만큼이나 낯설고 신비로운 캐릭터를 강화시켜 나갔다. 지금도 스페인과 영국을 오가며 음악과 인생 또는 음악 인생의 소중한 경험을 쌓아나가고 있는 우효에게 ‘낯선 것(곳)에의 적응’은 그래서 그리 낯설지 않다. 그가 누구인지 몰랐던 내가 ‘This Is Why We’re Breaking Up’을 들은 순간 설익은 낯섦이 단박에 오래된 친숙함으로 바뀌었듯 지금 그가 하고 있는 여행은 첫 앨범에서 아쉬움으로 남은 ‘분위기’를 다음 앨범에서 구현하기 위한 일종의 숙성 과정일지 모른다.  


우효는 그것이 비록 못나고 어리석은 것일지라도 자신의 실체를 깨닫는 일이 행복을 향한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뮤지션 우효에게 이 말을 적용했을 때 나는 거기에서 그의 겸손함을 본다. 카페와 TV에서 자신의 음악이 흘러나오고 영향력 있는 아이돌들이 자신의 음악에 찬사를 보내도 자만하지 않고 지금 고민 중인 음악의 완성도에 더 몰입하리라는 확고한 의지. 그 의지가 저 말에는 있다. 농구 선수도 발레리나도 아닌 뮤지션 우효가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당신은 에니악(우효의 미니앨범 프로듀서)의 말처럼 “좋은 작곡가이기도 하지만 아주 좋은 보컬이기도 하다.” 그런 우효의 등장은 대한민국 인디 음악 신이 함께 축하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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