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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대의 음악노트
by 김성대 Jul 09. 2018

국악을 세계에 알린 작은 거인

<작은 거인 김수철의 음악 이야기> (까치)

이 책은 '작은거인' 김수철이 20살 때부터 시동을 건 자신의 음악 인생 40년을 연대기로 써내려간 것이다. 그러니까 각자 다른 대학교에 다니던 멤버 4명으로 이뤄진 밴드 퀘스천(Question)으로 처음 방송(KBS) 출연한 1977년부터 2017년 김덕수 사물놀이 60주년 기념공연까지가 이 책이 품은 김수철의 역사다. 이것들이 큰 챕터 4부 분량을 차지한다. 5부에선 배철수, 이정선, 조동진, 김종진과 전태관, 유재하, 김광민, 정원영 등 '음악하는 사람들'과 유덕형 전 서울예술대학교 이사장, 사진작가 배병우, 영화배우 안성기, 그리고 법정 스님을 자신의 특별한 인연으로 따로 다루었고, 마지막 6부는 86년 6월27일부터 2014년 '어느날'까지 그의 뇌리를 맴돈 단상들로 채웠다.

김수철이 위대한 이유는 그가 대중음악 뮤지션임에도 끊임없이 국악이라는 우리 것을 소홀히 않고 공부 또 공부해온 일이다. 그는 언제나 우리 문화를 먼저 알고 서양 문화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론을 가진 인물로, 그렇게 현대화 시킨 국악을 세계에 알려 저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 자신의 꿈이라고 공공연히 말해왔다. 물론 그의 꿈은 다짐에만 그치지 않았다. 그가 40년간 발표한 37장 앨범들 중 25장이 국악 관련 앨범이라는 것은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는 증거다. 김수철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대로 들어 카피했던 과거 습관을 바탕으로 춘향가와 사물놀이에 도전했고 끝내 자신만의 길을 찾아냈다. 대학 4학년이었던 1980년 몸담았던 영화 모임 '뉴 버드'에서 작품 '탈'로 처음 영화음악과 국악을 접하고 같은해 첫 국악 가요 '별리'를 쓴 일은 그 소소한 시작이었다.

가슴 저미는 '별리'는 김수철이 처음 쓴 국악 가요였다.


80년대를 대표하는 뮤지션 김수철에게 80년대는 특별한 10년이었다. 먼저 흥행에 참패한 '너무합니다'라는 영화로 영화음악에 본격 입문한 그는 배창호 감독의 걸작 '고래사냥'의 주연과 음악감독까지 맡았다.(30페이지 가까이에 걸친 '고래사냥' 관련 뒷이야기는 이 책의 백미이기도 하다.) 84년엔 5.18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을 추모한 솔로 1집 수록곡 '못다핀 꽃 한 송이'와 이창동의 '박하사탕'에 인상적으로 삽입된 '내일'이 대박을 터뜨렸고, 분위기를 놓치지 않은 2집의 '왜 모르시나' '나도야 간다' '젊은그대'도 줄줄이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역시 인생이란 새옹지마여서 같은해 10월24일 김수철은 음악 대신 대학원 공부를 바라셨던 부친을 먼저 떠나보낸다. 이듬해 정초 처음 찾은 뉴욕에선 영화음악 녹음 시스템과 뮤지컬, 현대무용과 발레에 관해 독학했고, 86년과 88년엔 각각 아시안게임과 서울올림픽 전야제 음악을 작곡하는 큰 역할을 맡았다. 이 뿐 아니라 첫 국악 음반 '0의 세계'와 두 번째 국악 음반 '황천길', 말 그대로 혼자서 모든 걸 해낸 앨범 '원 맨 밴드' 발매, 그리고 '정신 차려'의 빅히트도 모두 김수철의 전성기였던 80년대에 일어난 일들이다.

두 번째 국악 앨범 [황천길]은 김수철이 작고한 자신의 부친에게 바치는 작품이었다.


90년대는 작곡자/음악감독 김수철의 커리어가 불을 뿜은 시기였다. 어린이 드라마 '꼴찌수색대'와 허영만의 애니메이션 '날아라 슈퍼보드' 음악을 맡았고, 퇴근길 차량을 도로에서 증발시켰던 인기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최고 시청률 64.9%, 방송사상 역대 2위)'에 들어갈 음악도 당시 가장 핫 한 뮤지션이었던 그의 몫이었다. 또한 임권택 감독의 명화 '서편제'와 조정래의 대하소설을 각색한 '태백산맥' OST 의뢰는 여전히 그에겐 만족이자 숙제였을 국악과 영화음악을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또한 그의 오랜 친구인 송승환이 기획, 제작한 '우리 집 식구는 아무도 못 말려'를 통해 첫 뮤지컬 음악을 맛본 일, '고래사냥' 이후 12년 만에 출연한 영화 '금홍아 금홍아', 인도 음악 공부, 독일 연방 초청, 그를 주제로 한 일본 NHK 다큐멘터리 방송,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 이어 엑스포(대전)와 동계 유니버시아드 음악을 맡은 시기도 모두 대중음악의 황금기, 90년대였다.

개봉 당시엔 관객들이 등을 돌리는가 싶었지만 이후 입소문을 타 크게 흥행한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는 김수철 국악 인생의 정점을 찍게 해주었다.


각종 행사와 영화, 국악과 여타 장르를 종횡무진 누빈 저러한 김수철의 개인 커리어는 2000년대와 2010년대까지도 이어져 '2002 한일 월드컵' 조 추첨 및 개막식 음악감독, 이준익 감독의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사운드트랙 작업, 그리고 국악을 향한 그의 열정이 낳은 결과물 '기타산조' 앨범 발매를 거쳐 여태껏 왔다.

김수철은 서양 록과 우리네 국악을 진지하게 접목한 '기타 산조'라는 걸 만들어내면서 자신이 그토록 바라는 '국악의 세계화'에 구체적으로 다가섰다.


김수철은 뛰어난 기타리스트이면서(항간에 떠돈 김도균, 김태원, 신대철이 '한국의 3대 기타리스트'라는 말은 궤변이다) 탁월한 작/편곡자, 보컬리스트, 그리고 음악감독이다. 앨범 '원맨밴드'에서 보여주었듯 그는 음악에 있어서만큼은 일당백 실력을 갖추었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공부를 한다. 우리 것을 더 알고 더 깨우쳐 다른 나라에 우리 것을 알리려 김수철은 환갑을 넘긴 지금도 노력을 거듭하는 것이다. 이 책은 김수철의 그런 끈기, 고집, 철학, 집념을 있는 그대로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그를 가졌다는 건 한국 대중음악의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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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김성대의 음악노트
소속 직업칼럼니스트
대중음악평론가 / 한국대중음악상선정위원 / 마이데일리 '김성대의 음악노트' / 음악취향Y 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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