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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Sep 21. 2018

#85 : 히라이 켄


히라이 켄(井 堅)은 요코하마시립대학에 다닐 때부터 라이브하우스(ライブハウス, 록이나 재즈 등 라이브 및 기타 이벤트를 하는 관람 중심의 콘서트 홀) 전속 가수로 활동했다. 소니 뮤직(Sony Music Entertainment) 오디션에 자신이 직접 만든 비디오를 응모, 입선한 그는(당시 경쟁률은 무려 7500:1이었다) 93년 바로 그 소니(Sony Music Records)와 정식 계약하고 2년 뒤 공식 데뷔를 했다.



물론 만사가 그렇듯 첫술에 배부를 순 없었다. 싱글 'Precious Junk'가 후지TV 드라마 <왕의 레스토랑(王のレストラン)>에 삽입됐지만 곡은 오리콘차트 50위에 그친다. 이 싱글은 초기 1만장도 팔리지 않아 히라이 켄과 소속사를 마음 졸이게 했다. 당장 전업 가수로만 살아갈 수 없었던 켄은 고향인 미에현(三重県)에서 라디오 진행을 맡거나 <올나이트 닛폰(オールナイトニッポン)> 같은 심야 라디오방송 BGM을 담당하기도 했다. 고향을 사랑했던 그는 자신이 졸업한 미에현립 우에노(上野)고등학교에서 콘서트를 열고 교가까지 불렀는데, 이는 학교 재정을 생각해 감행한 노캐런티 공연이었다.

 

98년, 7번째 싱글 ‘Love Love Love’가 반응을 얻기 시작했지만 아직 부족했다. '이것마저 안 팔리면 계약 파기'라는 배수의 진에 맞닥뜨린 히라이 켄. 신이 그를 안타까이 여겼는지 2년 뒤 내놓은 8장째 싱글 ‘낙원(園)’이 마침내 대중의 마음을 훔친다. 싱글 TV 광고에 같은 소속사(켄온그룹, 音グループ)의 에스미 마키코(江角マキコ)가 출연해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이다. 히라이 켄은 '낙원'으로 일본 남성 알앤비계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히라이 켄은 사잔 올 스타즈(サザンオールスターズ, 이하 ‘사잔’)의 광팬다. 오죽했으면 대학 1지망을 사잔 멤버들이 다던 오오야마학원대학(院大)으로 했으랴. 하지만 모친이 원서 내는 걸 깜빡하는 바람에 켄은 눈물을 머금고 1지망을 포기해야 했다. 켄의 사잔 사랑은 오래됐다. 가령 자신이 몸담았던 학창시절 카피 밴드 노-네임(NO-NAME)은 사잔의 싱글 ‘EMANON’을 거꾸로 읽은 것이다. 그는 언젠가 쿠와타 케이스케(桑田 佳祐, 사잔의 메인 송라이터/프론트맨)의 집 대문 위에 “쿠와타 케이스케씨, 하라 유코(原由子, 사잔의 키보디스트)씨, 코러스라도 좋으니 절 좀 써주세요. 히라이 켄.”이라는 수줍은 쪽지와 함께 프로콜 하럼의 ‘A Whiter Shade Of Pale’, 빌리 조엘의 ‘New York State Of Mind’를 부른 자신의 데모 테잎을 놓고 오기도 했다. 과연 행동하는 뮤지션(켄은 자기 앨범이 나오면 매장에 가 구매한 뒤 망설이는 손님에게 직접 권하기도 한다)이다.



히라이 켄은 스무 번째 싱글 ‘눈을 감고(瞳をとじて)’ 히트를 앞세워 정규작 4장을 모두 밀리언셀러 반열에 올렸다. 이는 일본 남성 가수로선 역대 최고 기록이다. 그와 더불어 같은 해 발매한 싱글과 앨범을 동시에 1위에 올린 예는 히카루 겐지(光GENJI), 드림스 컴 트루(DREAMS COME TRUE), 우타다 히카루(宇多田ヒカル), 아라시(嵐) 정도이며 연간 랭킹에서 싱글과 앨범이 함께 1위에 오른 팀(뮤지션) 역시 앞 다섯 예와 미스터 칠드런(Mr. Children), 글레이(GLAY) 쯤에서 그친다.


2003년, 히라이 켄은 후지TV가 제작해 1년에 단 한 번 내보내는 여름 프로그램 <에프엔에스27시간TV-모두의 노래(FNS27時間テレビ〜みんなのうた)>의 ‘쿠와타 케이스케의 뮤직타이거-사잔 올 스타즈 스페셜(桑田佳祐の音寅さん 〜MUSIC TIGER〜サザンオールスターズスペシャル)’에 출연해 쿠와타, 하라와 함께 ‘책갈피 테마(のテーマ)’를 불러 자신의 오랜 꿈을 이뤘다. 뿐만 아니라 켄은 자신의 두 번째 싱글 ‘이어폰 한 쪽씩(片方ずつのイヤフォン)’ 가사에서 사잔을 언급했고 첫 번째 커버앨범 [Ken’s Bar]에선 쿠와타 밴드(Kuwata Band)의 ‘One Day’를, 2집 커버앨범 [Ken’s Bar II]에선 쿠와타 케이스케의 ‘하얀 연인들(白い人達)’을, 그리고 [Ken’s Bar] 3집에선 사잔의 ‘사랑스런 에리(いとしのエリー)를 다시 불렀다. 역시 자타공인 사잔 올 스타즈 '빠'다운 행보라 아니할 수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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