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가 살아가는 모습은 다 다르다. 올 화이트 톤에 전면 수리를 마친 쌔삥 집이 있는가 하면, 돈 모아 이사갈 거라며 한 사람이 살던 집을 정리하고 다른 사람의 살림이 합쳐진 경우도 있다. 그렇기에 신혼부부 집들이를 가는 일은 꽤 신나는 일이다. 전혀 다른 두 사람이 만나 꾸며둔 공간을 보면 두 사람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취향까지 아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남편과 나는 타인의 집에 가면 마치 셜록 홈즈로 빙의해, 그들의 취향을 발견해낸다.
이런 우리의 공간은 정작 어떨까?
사람들은 우리 집에 오면 ‘정말 아무것도 없네!’하고 놀란다. 아무것도에는 TV와 소파가 없다는 놀라움이 포함된 것이다. 우리는 대화가 더 중요하다는 신념으로 집에 TV와 소파를 두지 않았다. 대신 기다란 테이블과 책장 만을 두고 생활한다. 우리는 긴 테이블에서 저녁 식사를 마치고 각자 책을 읽거나 글을 쓰고, 가끔 보드게임을 즐기기도 한다. 밥 먹을 때는 넷플릭스를 보기보단 하루의 이야기를 조잘댄다.
책 다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와인장이다. 술 좋아하는 부부답게 우리는 와인장이 언제나 꽉 채워질 수 있게끔 다양한 위스키, 사케, 와인을 종류별로 구비해 놓는다. 와인장 아래에는 맥주/와인 전용 잔이 있어 원하는 주종에 따라 잔을 선택하는 재미도 부여했다. 둘이 밥을 먹든, 손님이 오든, 우리는 식사 때 음식과 술의 마리아주를 고려한다. “오늘은 어떤 주종? 무슨 잔으로 할래?” 를 물어보며 와인바의 느낌을 100% 구현하고자 한다. 심지어 거실 등을 끄고, 포인트 조명만 활용하다 보니 본격적으로 술 마시기 좋은 술집이다. 우리 집에 온 지인들은 저마다 입에 맞는 술 하나쯤을 발견해낸다.
이렇게 우리의 취향을 반영한 거실 공간에는 ‘술’, ‘책’, ‘대화’ 이렇게 3요소가 있다. 이렇게 부부라는 이름으로 합쳐져 좋아하는 요소를 담자 집은 어느새 5성급 호텔보다 편안하고 좋은 공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