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 차이 나는 남편과의 결혼식.
당시 나의 소소한 고민은 이랬다.
내가 팔려가는 느낌이 들면 어떡하지?
내가 결혼한다고 친구들에게 이야기했을 때 주요한 화제는 오빠와의 나이 차였고 다들 "도둑놈"이라느니 그런 뻔하지만 진심이 담긴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첫 만남에서 우리 부모님도 나이차를 염려하셨으니 그런 지인들의 반응을 이해는 한다.
가급적 오빠의 나이 따위가 결혼식에 언급되지 않게 하기 위해 나는 오빠가 젊어 보일 수 있는 양복, 헤어스타일링에 꽤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혹여 내 드레스가 나를 너무 어려보이게 한다면, 나이차를 크게 드러나지 않도록 최대한 제 나이에 맞게 조절하려고 노력했다.
그러자 결혼식 당일, 오빠의 외모는 내가 본모습 중 최고였다고 자부한다. 그의 외모는 내 지인들이 걱정하는 그런 늙수그레한 아저씨도 아닌, 삼십 대 중반의 청년이었기에 나는 자신이 있었다(나 팔려 가는 거 아니야 얘들아….)
이런 내 노력이 반영된 결과였을까. 결혼식 당일 날 내가 정작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신부가 신랑을 너무 좋아하더라
왜 그렇게 보였을까 생각 해 보니, 내가 나온 모든 사진에서 목격이 되고야 만 잇몸 만개 미소 덕분이었다. 그제야 결혼식 중에 친구들이 나에게 귓속말로 무언가를 이야기하는 내용이 이것이었구나! 정신이 퍼뜩 들었다. 결혼식 날에는 사실 정신이 없어서 메시지가 제대로 각인이 안 되었다. "야, 적당히 웃어^^" "입 조금만 다물어, 사진 찍고 있어^^"
내 친구들은 잇몸 개방, 승모근 상승한 내 결혼식 모습으로 인해 공유할 수 있는 사진이 한 장 없었다며 혀를 끌끌 찼다. 본인들의 결혼식엔 차라리 슬픈 생각을 하겠다고까지 말했다.
사진 한 장 제대로 건지지 못했을지 언정 나는 결혼식 내내 활짝 웃음으로써, 우리 결혼에 대한 모든 염려를 불식시킬 수 있었다. 보통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우리 큰 딸이 어느새 결혼을..' 하는 대목에서 눈물을 쏟기 마련이고, 엄마아빠에게 인사를 드릴 때 묘한 감정을 느낀다고 하던데, 나는 모든 순간 활짝 웃는 모습이었다.
인생의 행사 중 이렇게 행복한 행사가 또 있을까 생각해 본다. 우리의 나이차보다 나의 잇몸 만개 미소와 승모근이 기억된 작년 봄날을 다시 한번 떠올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