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2019. 3. 대학 입시와 마주한 고3
교복을 입고 학교 정문을 통과하는 순간 우리는 모두 다 똑같은 학생이다.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고, 앞으로의 삶에 필요한 지식과 배움, 생활방식을 공부하는 것이 본연의 임무라는 소리다.
"운동하는 애들은 운동만 잘하면 되는 거 아니야?" , "운동부 애들은 성적 깔아주는 애들이지."
어떻게 보면 맞는 말, 어떻게 보면 틀린 말이다.
나는 일찌감치 알았다. tv에 나오는 화려한 스타 선수들의 모습 이면의 처절한 선수들의 몸부림을.
2018년 기준 은퇴 운동선수 중 20대가 9명, 10명 중 3.5명은 무직 상태, 스포츠 관련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은 22.7%, 나머지 은퇴선수들은 자신의 특기를 살리지 못한 단순 서비스직에 종사 중이라는 인터넷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초등학교 때 축구를 시작해서 프로팀에 입단할 확률 0.8%, 대학 진학률 40%.
결론적으로 10명의 고3 선수들 중 4명의 선수를 제외하고는 대학 진학도 하지 못한 채 갈 곳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프로팀에 입단할 확률은 0.8%... 단순 숫자적 통계로만 보면 이 레이스에 도전하는 것은 아주 멍청한 짓이다. 하지만 오늘도 전국의 수많은 선수들이 나와 똑같은 목표를 보며 쉼 없이 달려가고 있다.
왜냐? 우리 모두에게는 "꿈"이 있으니까.
한 가지 냉정한 사실은 꿈과 현실은 다르다는 것이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내가 달리는 레이스의 결과가 정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비관적 사고로 오해한 채 등한 시 해서는 안된다는 게 내 생각이었다.
"확률이 낮은 만큼 더 간절하게 노력하되, 혹여나 안 됐을 때 길을 잃지 않도록 대안을 마련하며 가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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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선생님: 자 지난번에 유인물 나눠줬던 거 오늘마저 할 건데...
나: 샘, 저는 유인물 못 받았는데요?
학교 선생님: 아 너희 시합 갔을 때 했나 보다. 일단 수업 듣고 나중에 애들한테 물어봐.
학교 선생님: 자, 저번에 이어서 현대시 작품 해석 다했으니까 오늘은 특징 정리해 볼 거야.
화자가 가리키는 대상이...
나: 어제 해석까지 다 끝낸 거야? 여기 다 필기했어?
반 친구: 응. 어제 필기 필기 다 하고 해석까지 했지.
학교 선생님: 그래서 여기서 사용된 화법은... 이게 어제 중요할 거라 그랬다. 무슨 소리인지 알겠지?
(시험에 나온 다는 소리다)
나: ·······
나의 수업 패턴은 항상 똑같았다. 연습경기 일정 때문에 수업에 참여하지 못하거나, 새벽훈련 후 몰려오는 피곤에 깜빡 졸아 중요한 부분을 자주 놓치곤 했다.
처음에는 일반학생 친구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모르는 부분을 물어보고, 필기노트를 빌려 놓친 수업 시간에 지나간 내용들을 옮겨 적었다. 이런 주변의 도움과 노력 덕에 시험 점수는 날로 향상되었고, 이제는 상위권을 다툴만한 제법 경쟁력 있는 학생이 되었다. (물론 그 과정까지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래서 나는 혼자가 되었다. 자신들의 성적을 위협하는 존재는 성가신 존재일 수밖에 없지 않겠나.
그래도 전혀 서운하거나 마음 상하는 일은 없었다. 나만큼 그 친구들도 간절할 터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