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2019. 11. 마지막 관문
지금 것 왜 축구를 열심히 했는가? 나는 솔직히 말해서 좋은 대학에 가고 싶었다. 모두가 다른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겠지만, 적어도 나는 좋은 대학에 진학해 배우고, 경쟁해 보고 싶었다. 프로에 가는 건 나에게 그다음 문제였다. 나는 지금 그 마지막 관문에 도착했다.
고등학교 3학년 나는 드라마 같은 반전을 이뤄냈다. 주말리그와 전국대회에서 총 34골을 몰아넣는 동시에 비록 120명이(고3) 채 안 되는 작은 고등학교였지만, 전교 3등이라는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네이버 스포츠 기사에서 공부하는 축구선수로 많은 관심을 받아 가장 많이 본 기사 1위까지 올랐으며, 수능시험에서도 2·3 등급의 성적을 받으며 내가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 그것을 뛰어넘는 자만심이 들끓어 올랐다.
그 근거 없는 자신감의 불씨는 얼마 가지 못해 새까만 잿더미가 되어버렸다. 언제나 자만은 자멸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내가 정말 가고 싶던 두 학교 모두 합격하면 어느 학교를 가야 되지?'라는 기고만장한 생각에 빠진 채 휴식을 취하고 있던 나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감독님: 수돈아 결과 나왔다는데 확인해 봤냐?
나: 정말요? 아직 2시간 남았는데... 빨리 들어가 볼게요.
기대 반 걱정 반 떨리는 마음으로 입학처에 로그인했다.
나: 수험번호 BHL... 000..
불안한 기운의 무채색 바탕에 쓰인 글씨를 한 글자 한 글자 읽어 들었다.
나: 합격자 명단에 없습니다 (불합격)... 아빠 나 다 떨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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