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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 Oct 28. 2022

"따가운 고름은 상처를 낫게 한다"

#. 6 2017. 11~  재활 치료 기간 (2)

"자 하나 더! 하나 더하자!", " 그렇지!! 좋다!!", "으으으으아아앜"

운동장 못지않게 치열한 또 다른 생존 현장. 땀냄새가 진동하는 시끌벅적한 낯선 그곳에 발을 내디뎠다.


나: 안녕하세요... 저 오늘부터 재활받기로 한 이수돈이라고 하는데요...

재활 실장: 아 네가 수돈이구나. **샘~ 여기 한 명 왔다.


재활 트레이너: 반갑다! 수돈아. 어디라 했지? 후방 십자인대?

나: 네... 맞아요

재활 트레이너: 오케이. 상태 한번 보고 바로 재활 들어가자. 

나: 넵...


약 3주간의 기초 재활 훈련을 끝내고 병원에서 퇴원했다. 어떠 대단한 과정을 끝낸 것 마냥 마음이 들뜬 채 그동안 병원에서 재활 훈련을 도와준 선생님들께 인사를 건넸다. 집으로 돌아가는 차에 올라타 창문 밖 풍경을 바라보니 그제야 현실을 직시했다. 


"나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이게 뭘 좋아할 일이라고..."

진짜 게임은 이제부터 시작인데 말이다. 


나는 매일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왕복 3시간 거리의 재활 병원에 출퇴근했다. 

이제 막 칼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는 겨울 초입이었고, 두꺼운 바지 위 왼쪽 무릎에 거추장스러운 보조 장치를 끼운 채 절뚝거렸다.  


재활 트레이너:  자, 저녁들 먹고  다시 봅시다!


학교에서 오전 수업을 듣고 재활 센터에 도착하는 시간은 16:00시쯤이었다. 부랴부랴 옷을 갈아입고 조금 재활을 하다 보면 금방 병원 저녁식사 시간이 되었다. 1분 1분이 아까웠던 나는 집에서 챙겨 온 프로틴 음료와 편의점에서 파는 초코바로 저녁을 때우고 바로 아까 하다 만 동작을 다시 시작했다. 


재활 트레이너: 수돈아 저녁 먹었냐?

나: 저녁 먹고 시작하면 얼마 못하잖아요... 그냥 대충 때웠어요.


저녁을 먹지 않고 꽉꽉 시간을 채워 훈련해도 하루에 4시간밖에 할 수 없었다. 보통 6시간 정도 넉넉하게 시간을 두고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교통이 먼 곳에서 학교 수업을 병행하며 재활을 하던 나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재활 트레이너: 자, 자세 나오는 인원들은 모여서 코어 운동합시다!

재활 트레이너: 가위바위보에서 내가 이기면 70초 지면 60초 한다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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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샘이 이겼으니까 70초로 2세트 한다. 시작! ㅋㅋㅋ


모두: 아.... 으으으으으....

재활 트레이너: 엉덩이 떨구지 마. 어? 저기 네 번째 똑바로 안 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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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오늘은 여기까지 합시다. 

나: 하......


단체로 하는 코어 훈련이 끝나고 나면 거의 모든 선수들이 부상 부위에 아이스 찜질을 하며 서둘러 집에 갈 준비를 했다.

단체 운동이 끝나고 30분가량 또다시 나와의 싸움을 하다 보면 운동을 하러 왔을 때와는 다르게 치열했던 재활 센터는 고요해져 있었다.

 

나: 샘, 다했어요. 다음 뭐 할까요?...

한 바탕 소란스러워 던 지하 속 공기는 열기로 가득했다. 모두가 이곳을 빠져나간 후에도 그 열기는 아직 잔잔히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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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훈련은 밤 8시 20분이 되어서야 모두 끝이 났다. 더 하고 싶었지만 동서울에서 출발하는 마지막 버스가 8시 50분이었던 탓에 항상 마음이 급했다. 땀에 젖은 옷 위에 그대로 롱 패딩만 걸친 채 급히 병원을 빠져나왔다. 


무릎을 움직이지 못하게 단단히 고정된 보조 장치를 끼운 채 버스를 타러 가는 과정은 나에게는 재활보다 더 혹독한 시간이었다.

매서운 겨울 칼바람을 뚫으며 걷고, 지하철을 타고, 지하철을 갈아타고, 또 걸어서 버스를 타러 가야 했다.

마지막 버스를 놓치면 집에 갈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지하철에선 시계만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1분이라도 아끼기 위해서 몇 번째 승강장에서 지하철을 타야 바로 갈아타는 계단이 나오고 몇 분에 신호등이 바뀌는지 까지  외웠다. 

그렇게 30분을 달려 버스에 앉으면 젖어 있던 옷이 다시금 열기를 뿜어냈다. 


어두운 버스 안에서 창문 밖 은은한 불빛을 내뿜는 건물들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잠시 숨을 돌린 뒤, 곧바로 핸드폰 카메라의 후레시를 켜어 무언가를 비추었다.


나:  You're going through all this pain and strife...

2주 뒤에 있을 기말고사 시험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 교과서에 있는 영어 지문을 아무도 들을 수 없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읽어 내렸다. 

그렇게 매일, 매일을 반복했다. 단 하루도 빠짐없이.


이 작은 불빛이 훗날 창문 밖 아름다운 서울 도심의 야경처럼 어둠 속에서도 나를 환희 비쳐줄 것이라 굳게 믿었다.


그렇게 나의 재활 기간은 혹독하고도 치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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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트레이너: 자, 오늘 마지막으로 근력 테스트하고 마무리합시다. 

힘차게 자, 하나! 둘! 셋!


재활 트레이너: 음... 좋네! 이제 양쪽 균형도 맞고 근육량도 많이 올라왔네. 복귀해도 되겠다!


"감사합니다..."

5개월 간의 대장정은 이렇게 끝이 났다. 재활을 시작한 날부터 끝나는 날까지 단 하루도 쉬지 않았기 때문에 완벽하게 회복했다는 자신이 있었다. 

"이제 잘할 일만 남았어 수돈아"


아빠: 아들, 고생했다. 그동안 쉰 만큼 남들 놀 때 더 열심히 해야 돼. 

        이제 몸도 더 커지고 했으니까 훈련할 더 다부지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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