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2-2. 괜찮지 않아서 괜찮아졌다.
게스트하우스에는 젊은 직원들이 있었다.
자유로워 보이는 서핑이 취미인 남자와 붙임성 좋고 잘 웃는 여자 직원.
저녁 후 이어진 술자리.
친구들이 술 취한 모습 좀 보이라며 한소리 할 정도로 잘 취하지 않았던 남자는
모처럼 '눈 떠보니 침대 위'라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남자는 어이가 없었다. 주머니에 팝콘이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예 정신을 놓았던 모양이다.
물을 들이켜 칼칼한 목을 적시며 어젯밤을 돌아보았다.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또래의 유쾌한 직원들과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면서, 꽤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그 외엔 별 다른 기억이 없었다.
'즐거웠다고?'
그는 쓰린 속을 달랠 것을 찾아 식당으로 향했다.
꾸벅 인사를 하는 남자에게 아침식사를 차리던 여직원이 말을 건넸다.
"좀 어떠세요? 속은 괜찮아요? "
"괜찮아요. 제가 많이 취했죠? 원래 안 그러는데... 제가 상을 막 치르고 와서 피곤했나 봐요."
민망함을 감추려 괜히 더 밝게 말하는 남자를 보는 젊은 두 직원의 눈에 안쓰러움이 스쳤다.
"알아요 어제 말했어요. 많이 우셨어요."
“아...”
남자는 기억이 났다.
울었다. 테이블에 고개를 박고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스친다.
'내가 울기까지 했다고?'
부끄럽거나 당황스럽진 않았다.
되려 신기했다.
처음 보는 낯선 이들과의 술자리에서 좀처럼 보이지 않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즐겁고, 울고 취하고... 평소 자신답지 않은 아니, 어쩌면 자연스러운 자신의 모습에 남자가 느낀 감정은 뭐라 쉽게 설명하기 어려웠다.
자각하지 못한 감정을 마주할 때 느끼는 이질감.
자신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고 통제한다 여겼는데, 그게 아니라는 사실에 기묘함을 느꼈다.
나도 모르는 나라니.
술이라는 특수한 도구를 감안하더라도 전혀 생각하지 못한 자신의 모습이 낯설었다.
오랜 시간 남자를 지배한 감정은 죄책감과 책임감이었다.
누나의 투병기간 동안 충분히 노력하지 못해서, 슬퍼하는 가족이 더는 무너지지 않도록 지켜야 해서...
그가 스스로를 정의 내린 것은 죄인, 방패였다.
즐거워서도, 슬퍼서도 안 됐다.
그저 ‘괜찮아야' 했다.
하지만 그는 멀리 떠나와서야 인정해야 했다.
‘나는 전혀 괜찮지 않구나.’
그는 알 수 없는 후련함을 느꼈다.
괜찮지 않아서 괜찮아지다니.
그는 살짝 웃었지만 이내 생각을 멈추고 밖으로 나왔다.
아무래도 좋았다.
계획 대로라면 여행은 며칠 남지 않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