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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종목 Jul 27. 2022

직장에서 필요한 "진짜 대화"

올바른 조직문화를 위한 대화는 무엇인가?

올바른 조직문화란?


의외로 매우 간단하다. ‘대화’가 가능하게 만들면 된다.

구성원 간에 ‘대화’만 오갈 수 있다면 업무는 원활해지고, 개개인이 가진 기본 욕구가 원만히 발휘되어 대상을 성장과 발전으로 이끌 수 있다. 놀랍게도 상호 소통이 잘 이뤄지면 인간은 서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만든다.


다만 이 대화는 쉽지 않다. ‘진짜 대화’이기 때문이다.

‘진짜 대화’는 단순한 정보교환도, 쓸데없는 사담도 아니다.


일하는 중 주고받는 대화는 대부분 단순한 정보 교환과 사담, 두 가지다. 업무에서의 정보교환은 교환조차 균형 있게 이뤄지지 않는다. 일방향적인 투척과 수령이 대부분이다. 직위나 분야에 따라 강자는 고압적인 제안과 요청을 하고, 상대적 약자는 거부하지 못한다.


사담은 어떤가? 어느 정도의 친밀함을 가져올 뿐, 깊은 신뢰를 줄 수는 없다. 자주 사담을 나눈 미용사가 있다. 본 지 4년이 다 되어가고, 이발하는 30~40분 동안 틈틈이 사담을 나눴지만, 미용사와 나 사이에 깊은 신뢰가 있을까? 작은 피드백조차 쉽게 전할 수 없는 관계다.


깊은 신뢰가 형성된 사이에서만 이뤄지는 '진짜 대화'.


진짜 대화는 각자의 생각과 관점, 철학과 감정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오해가 생기더라도 추측하지 않고 이해를 위한 확인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상대의 거슬리는 발언에 자신의 감정이 어떠한 영향을 받았는지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아주 깊고 때론 아플 수 있는 피드백을 상대의 발전을 위해 거리낌 없이 건넬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깊은 신뢰라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이 사람과 나는 대화를 통해 지금보다 더 나은 지점에 반드시 도달할 수 있다.’

‘서로가 가진 오해와 감정을 대화를 통해 완전히 풀어낼 수 있다.’

‘내 말이 상대에게 불쾌하거나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을 것이다. 내 진심이 이 대화를 통해 전해질 수 있다.’

'말의 의도가 공격과 비난이 아니라, 발전을 위한 진심이 담겨 있을 것이다'

라는 믿음이 바로 깊은 신뢰다.


그렇다면 신뢰는 어떻게 길러지나?

- 많은 경험과 깊은 이해를 통해.


10년 동안 폴앤마크에서 함께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동료 강사 JW와 나는 깊은 신뢰를 가지고 있다.

서로의 언행이나 결정에서 불쾌함이 생기면 그 즉시 서로 대화하며 조정하곤 한다.

아주 심각한 상황, 조심스러울 수 있는 분야의 일들이라도 깊은 오해, 추측의 단계로 들어가기 전에 서로 대화한다. 그런 경험이 반복되어 서로에 대한 신뢰가 더욱 깊어졌다.


우리 둘의 잘 맞는 성향 때문일까?

어떤 사람과도 원만한 JW강사의 성격 덕에?

말하기를 좋아하는 내 성향 덕에?

아니면 둘 다 커뮤니케이션과 조직문화를 강의하는 강사라서?


우리는 사고방식, 커뮤니케이션 스타일 모두 엄청나게 다르다.

어지간한 성향 진단을 하면 정 반대로 나올 정도로. 비슷한 면보다 다른 부분을 찾는 게 훨씬 쉽다.


게다가 결코 엄청나게 대단한 소통가들이 아니다.

서툴고 부족한 부분이 많아서 주변에 오해와 상처를 주기도 한다. 기껏해야 평범한 수준이다.


결국 WHO가 아닌 WHAT, HOW에 집중해서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둘 사이의 신뢰가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요소들을 나열해 보았다.

수많은 경험의 세월, 사건, 사고들. 지방 출장 등 업무로 인한 잦은 접점, 높은 대화 빈도,

유사한 가치관과 취미, 친밀함 등 여러 가지가 있었다.


정리하자면 함께 한 절대 시간, 즉 오랜 경험과 잦은 대화의 계기를 통한 깊은 이해가 핵심이다.


절대 시간이 필요한 경험은 차치하더라도, 깊은 이해는 길러낼 수 있다.

오히려 깊은 이해는 절대 시간을 많이 보낸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깊어지지만은 않는다.


일단 계기가 많아야 한다.

단순한 정보교환이나 사담이 아닌 업무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많아야 한다.


조직에서 조성해 줄 수 있는가? Yes

-업무에 관한 생각과 관점, 가치관과 철학, 감정을 나눌 기회를 빈번히 제공하라.


업무를 위해 모인 곳이니 업무에 대해 이야기하면 된다.

업무 하나, 결정 하나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프로세스에 대해 이야기하자.

프로세스란 일하는 방식과 관점에 대한 것이다.


1. 방식과 관점을 일치시키기 위해 먼저 언어, 상황에 대한 정의부터 맞춰보자.

서로가 가진 경험이 다르다 보니 사용하는 언어나 상황에 대한 정의가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비판’이란 표현이 어떻게 느껴지나?

누군가는 발전적 피드백으로, 또 누군가는 비난이나 공격으로 느껴진다.


왜? 경험 때문이다.

발전적 피드백을 '비판'이라는 이름으로 들었던 A와 비난과 공격을 '비판'이란 이름으로 들었던 B가 모여서

'비판'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면? 동상이몽이 따로 없을 것이다.

 

결국 언어와 상황에 대한 정의를 일치시키기 위해서 자연스럽게 각자의 경험과 생각을 이야기하게 된다.

경험과 생각을 나누면 상대를 이해할 수 있다.


상황, 언어에 대한 정의는 상호 이해를 위해 일회성이 아니라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

업무에 앞서서 자주 쓰게 되는 표현과 상황에 대한 정의뿐 아니라 서로가 바라는 업무태도, 회의방식 등 다양한 부분을 대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회의'에 대해 기대하는 사항, 분위기, 조건 등을 이야기해 보자.

서로가 얼마나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아니, 회의는커녕 회식만 주제로 대화해도 어마어마한 토론이 일어난다.

메뉴, 공지 방식, 자리배치, 소요시간 등 얼마나 많은 요소가 있는가.


각자 가진 생각이 다르다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런데 머리로는 '다를 수 있겠지' 싶다가도, 막상 행동으로, 결과로 경험하게 되면 당황하게 된다.

미리 확인하는 방법은 '진짜 대화'뿐이다.


일하기 바쁘겠지만, '일을 위한 일'을 하기 싫겠지만,

오래 지낼 집을 짓는 기반 작업이라 생각할 필요가 있다.


2. 일을 잘하기 위해 필요한 Needs가 충족되고 있는지 확인하라.


일을 잘하고 싶은데, 그걸 막는 요소가 있다면 어떨까?

내 탓이 아니라 장애물로 일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는데, 그로 인한 책임을 온전히 내가 져야 한다면?


누구나 맡은 바 일을 잘 해내서 인정받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일을 잘 해내기 위해 필요한 요소가 있다.

아래 사례를 통해 일을 잘 해내기 위해 필요한 다섯 요소를 소개한다.


인테리어 회사 직원 K.

한 주택을 전면 리모델링하는 프로젝트. 팀장이 그에게 지붕 교체 업무를 지시했다.

그런데...


1. 어떤 색 지붕인지 알아야 재료를 가져갈 텐데, 요청서나 집주인 연락처를 알 수가 없다. 더 큰 프로젝트  때문에 정신없는 팀장에게 물어보니, 한숨을 푹 쉬면서 회사 공유 디스크 찾아보란다.

그런데 공유 디스크 사용법을 모르겠다. 신입 교육받을 때 잠깐 배운 것 같긴 한데, 쓸 일이 한 번도 없어서 도무지 접속할 수가 없다.

한참 이것저것 눌러보다 어쩔 수 없이 온갖 색 재료들을 바리바리 싸들고 현장에 도착했다. 그림1. Know-정보

그림1. Know-정보 (그림.황서영)


2. 그런데 사다리가 고장이다. 급히 주변 철물점에 갔다. K는 법인카드로 8만 원까지 구매 가능한데 철물점에 15만 원짜리 사다리만 남았다. 팀장은 여전히 전화를 받지 않는다. 그림2. May-권한

그림2. May-권한 (그림.황서영)


3.  어찌어찌 사비를 보태서 사다리 사 왔더니, 배운 적 없는 형태의 지붕이다. 예전에 팀장 하는 것을 한 번 본 적은 있는데, 배운 적도 없고 너무 어려울 것 같다. 여긴 차근차근 가르쳐 주는 경우가 없다. 무조건 보고 배워서 해야 한다. 그림3. Can-역량

그림3. Can-역량 (그림.황서영)


4. 그런데 이 그지 같은 회사는 일단 맡았으면 해 내야 하고, 못 하면 책임은 다 지게 된다. 더 웃긴 건 지붕만 맡아서 못했으면 지붕에 대한 것만 욕먹어야 하는데, 그 집 공사를 혼자 다 망친 게 된다. 고객한테 사과도 혼자 해야 한다. 그림4. Should-책임

그림4. Should-책임 (그림.황서영)

 

5. 최악은 보수도 얼마나 될지 알 수가 없다. 일당+업무 종류에 따라 받게 되는데 아무래도 중간에서 팀장이 판단하기 때문에 기준이 뭔지, 고객한테 얼마나 받는지, 능력과 경력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게다가 칭찬, 인정은 지금껏 받아 본 적이 없다. 욕이나 안 먹으면 다행이지. 그림5. Will-동기

그림5. Will-동기 (그림.황서영)


최악인가?

더 최악은 앞으로도 저 문제들을 알면서도 해결할 수 없을 거란 사실이다.


위 이야기에서는 업무를 잘 수행해 내기 위해 필요한 Will-Know-Can-May-Should 다섯 욕구를 다뤘다. 이 중 하나라도 충족되지 않는다면, 일을 잘 해내기 어렵거나 불만족스러울 수밖에 없다.


업무를 잘하기 위한 업무 대화 시간을 반드시 마련하자.

*위의 다섯 요소에 대한 목마름을 구체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질문들은 다음 글에서 다루고자 한다.


길게 보면 볼수록 올바른 프로세스가 올바른 결과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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