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좀먹는 아주 못된 놈들

#멘탈 #에세이 #심리 #우울감

by 전종목

'자기 연민'이란 놈에게 빠지게 되는 날이 있다.
재밌게도 그 녀석은 '자기혐오'와 아주 소원할 것 같은데, 실은 아주 가까운 사이다.
둘 중 하나와 마주하다 보면 어느샌가 합석을 해 오곤 한다.

오늘이 딱 그런 날이었다.
처음 찾아온 놈은 '자기혐오'였다.
이 놈 입버릇은 딱 요거다.
"모든 게 네 탓이야"

'거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뇨?'라고 해도 소용없다.
이 친구의 말이 얼마나 강한 파워가 있냐면
누가 아픈 것도, 일이 잘 안 풀리는 것도, 글이 안 읽히는 것도, 심지어 코로나로 일이 줄어든 것도 다 나란 놈 잘못처럼 느껴지게 된다. 그래서 이 놈과 앉아 있으면
'그래, 내가 문제지. 한심한 놈...'
이란 생각이 심기게 된다.

열 받는 건 은근슬쩍 합석한 '자기 연민'이란 쉐리가
"야, 너 참 딱하다. 너도 알지? 너만큼 불행하고 안쓰럽기 힘든 거... 지쳤지? 힘들지? 그만 좀 힘들었으면~싶지?"
라며 위로하는 척 생각을 더 넓게 물들이는 거다.

얼마나 전염성이 강한지 최근의 일부터 오래전, 그러니까 수십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게끔 만들고, 각각의 독립적 사건들을 깡그리 모아 한 카테고리로 묶어 네임텍을 똭 붙여버린다. "불행한 나의 삶"

그렇게 나의 다채롭고 위대한 여정을 단지 삼류 드라마의 단조로운 캐릭터로 만들어 버리니 내 입에서도 이런 말이 튀어나온다.

'그래... 지쳤어... 왜 나한테는 이런 일들이 끊이질 않지? 정말 지긋지긋해.'

거지 같은 놈이다. 삶은 좋은 일, 힘든 일이 뒤섞여 있는 것이고, 각각의 일들은 제 나름의 의미로서 나에게 소화된 것이거늘, 건방진 놈이 나를 피해자로 만들고 나약하게 만든다.

여하튼 이 '자기연민', '자기혐오'. 이 듀오를 조심하자.
아주 못돼 처먹은 놈들이니까.


일필휘지로 써 내리다보니 어떻게 내쫓는지 말을 못했다.


당장 꺼져!라고 말하는 게 쉽지 않으니까.




나는 맨 처음 주변에 힘이 되는 사람들에게 마구 털어놨다.


혼자서 끙끙대면 못된 듀오랑 계속 붙어있게 되니까.




그런 후 도망쳤다. 어디로?


내가 제일 편안함을 느끼는 샤워기 앞으로...


가서 물살을 느끼며 도파민을 억지로 꺼내며 도움을 요청했다.




몸에게. 마음이 힘들면 몸도 힘든 것처럼,


몸이 괜찮아지면 마음도 좀 나아진다.




누구나 약해지는 날이 있다.


하지만 당신은 약하지 않다. 반드시 이겨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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