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은 사촌과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이 모티브가 된 소설입니다. 소설과도 같은 실제상황에서 예술가들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고모집에 놀러 갔다 자연스럽게 알게 된 소녀가 청년 라흐마니노프의 가슴을 뛰게 했습니다. 이런 일쯤이야
어린 시절 사촌들과 교류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흔히 있는 일일 것입니다. 문제는 이들의 불장난이 너무 나갔다는 것입니다. 고모도 집안 어른들도 이들의 결혼만큼은 도시락 싸들고 말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사촌과의 근친혼은 정교회의 전통이 있는 러시아에서도 엄격히 금지된 일이었습니다. 피아노까지 잘 치는 네 살 연하의 사촌에게 마음을 뺏긴 라흐마니노프와 나탈리아는 4년 간의 비밀연애를 이어갔고 드디어 가족에게 오픈했습니다. 결혼하겠노라는 딸의 말에 고모 바르바라 라흐마니노프의 마음은 찢어질 듯했습니다.
고모는 한결같은 이들의 사랑에 어쩔 수 없이 나중에는 딸의 행복을 위해 발 벗고 나섰습니다. 러시아 정교회에 이들의 결혼을 허락해달라고 청원하지만 정교회의 대답은 싸늘했습니다. 그러나 그 딸에 그 엄마여서 쉽게 포기할 고모가 아니었습니다. 나중에는 정교회의 수장인 짜르를 찾아가 허락을 받아냈습니다. 단 비밀로 세상에 알리지 말고 조촐히 결혼실을 올리라는 조건으로.
결과적으로 라흐마니노프는 그 좁은 문으로 들어간 사람이 되었습니다. 딸 둘을 낳고 미국으로 이주해서 살았던 라흐마니노프는 아무런 스캔들 없이 잘 살았습니다.
이고르 스트라빈스키는 러시아 출신 클래식 음악가의 계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입니다. 스트라빈스키 또한 좁은 문으로 들어간 사랍입니다. 사촌과의 결혼 과정은 유사했지만, 끝내 스트라빈스키의 바람기는 힘들게 맺어진 두 부부의 사이를 갈라서게 만들었습니다.
파리에 거주할 때 코코 샤넬과의 염문설은 이런 스트라빈스키의 행적으로 인해 과장되었다고 나중에 밝혀지긴 했습니다. 영화에 묘사된 둘의 관계도 실은 과장된 것이었습니다. 스트라빈스키가 러시아에서 온 가족들과 함께 주거지가 불편할 때 한 지붕 아래 살았던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연인으로서가 아니라 당시만 해도 대단한 작곡가로 파리의 사교계에 이름이 알려진 스트라빈스키를 샤넬이 배려한 것이라고 합니다.
예술가의 사랑이라고 무조건 미화되고 괴짜들의 장난처럼 희화화되어선 안될 것입니다. 그 사랑이 좁은 문이든 넓은 문이든 진실이 만나서 마음을 다한 사랑이라면 박수를 보내야 할 것입니다. 한갓 욕망에 눈먼 불장난으로 진정성이 없는 사랑은 비난받아야 함은 예술가만이 아니라 세상사 보편의 진리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