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시기

예술과 사랑의 시기

by 호림

인생을 예술로 만드는 여정에서 우리는 무수한 인연을 만난다. 때로는 크고 넓은 역에서 많은 인파 속에서 만나는 경우도 있고, 작은 간이역에서 필생의 인연을 만나기도 한다.


저마다 목표한 일의 성취 시기도 제각각이다.

역사를 돌아보면, 30대 이전에 평생의 일을 다 이루고 역사에 남은 위인들도 많다.

모차르트, 슈베르트, 반 고흐 ,,,


그렇지만, 늦깎이로 뛰어들어 그 분야의 전설이 된 사람도 적지 않다. 세르반테스가 감옥에서 나와 53세에 쓴 <돈키호테>는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리는 책 목록에 이름이 오르내린다.

놀랍게도 일생의 말년에 큰 업적을 이룬 이가 많다. 강태공이라고 알려진 강자아도 노년에 주문왕의 부름을 기다리며 낚싯대를 드리우다 새 왕조 창업의 일등공신이 되었다. 넬슨 만델라는 남아공 인종차별의 그림자 속에서 무려 27년간을 감옥에서 보내고 나와서 흰머리가 이마를 덮을 때 대통령이 되어 위업을 이뤘다.


영화 <세렌디피티> 에는 기묘한 인연으로 엮인 남녀의 기막힌 인연들이 펼쳐진다. 인간의 운명은 쉬이 알 수가 없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언젠가 엘리베이터에서 버스에서 어깨를 밀쳤던 그 사람과 한 침대를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미켈란젤로가 교황의 명으로 성 베드로 대성당 건축일에 뛰어든 나이는 71세였다. 대역사의 완성에 몰입해 빨리 죽을 수도 없었기에 당시로서는 놀랍게 장수해 89세까지 대성당에 자신의 인생을 바쳤다.


남녀의 일도 예술의 일도 시기가 정해진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운명을 마냥 기다리며 감나무 밑에서 입을 벌리고 있을 수도 없다.

가끔 산에 올라 서울시내를 바라보면 이 복닥거리는 메트로 한 귀퉁이에서 펼치질 운명의 만남이 오늘도 또 다른 역사를 만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면서도 삶을 바라보는 원근법은 잊어버리지 않았으면 하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인생을 크게 보면 10년, 20년의 일도 순식간일 수 있다.


주말 혼기가 차고 넘친(사실 이 말도 잔인한 어법이다. 결혼 적령기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여성과의 뜻하지 않은 만남이 기억에 남는다.

과년한 자녀의 인생시계가 빠르게 돌아가는 것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언제 결혼할 거냐며 손을 잡아끌고 중매쟁이 앞에 아들 딸을 데리고 가는 시대가 아니다. 대신 "네 난자는 받아놓았니?" 같은 말이 세련된 부모의 압박이 되는 때다.

새벽의 적막은 자명종 소리를 천둥소리처럼 들리게 만들어 고요한 사색의 호수에 파문을 일으킨다. 인생시계의 초침 소리가 요란하게 돌아가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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