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배려

마음을 읽는 예술

by 호림

대학입시철이다.

좋은 스펙을 쌓게 해서 자녀의 사회진출을 쉽게 하고자 하는 것은 아마도 모든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그렇지만 자녀의 적성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만으로 자녀를 토끼몰이하듯 해서 상처를 주고받는 경우를 많이 본다. 자식을 위한 배려는 어떤 것일까. 부모들의 영원한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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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강권으로 의대에 진학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서 해부학 실험실을 뛰쳐나온 의학도가 있었다. 이 청년이 훗날 프랑스 고전 음악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표제음악의 줄기를 형성할 줄은 미처 몰랐을 것이다. <환상교향곡>의 베를리오즈 이야기다.


대기업에서 중책을 맡고 있는 친구는 모시는 회장님이 시내 대형서점에서 종이가방 두 개에 책을 가득 담아서 양손에 들고 가는 모습을 보자. 반사적으로 회장님 책 제가 들어드리겠다고 하고 자신은 한 손에 달랑 든 책가방이 부끄럽다며 상사에 대한 배려의 마음을 전한다. 그러자 그 회장님은 배려의 손길을 거절하며 어떤 것이 진정한 배려인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며 총총히 걸어갔다고 한다. 홍보의 관점에서도 비서와도 같은 젊은 중역이 당연히 무거운 책을 들고 모시는 것보다 소탈하게 자신의 짐은 자신이 드는 모습을 시민이 본다면 그 또한 회장의 이미지를 위한 더 큰 배려가 아닐까. 깊은 속내를 알아채고 스스로 부끄러운 적이 있었다는 일화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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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시고 있는 사람에 대한 진정한 배려, 자식에 대한 진정한 배려는 어떤 것일까. 어떤 경우는 지나친 배려가 오리혀 상처를 주는 부메랑이 되기도 한다.


저출산의 여파로 대부분의 가정에 한두 명인 자녀들이다. 과보호의 그늘에 키우기 쉽다. 상사는 어떻게 모시는 것이 정답일지는 조직에 속한 사람에게는 항상 숙제다. 무수한 사람들이 윗사람에게 잘 보이고자 하지만 마음을 얻는 일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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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침략의 원흉이지만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일본에는 막부시대를 풍미한 영웅이다. 비천한 출신의 도요토미가 그런 위치까지 가는 길에는 무수한 암초가 있었을 것이지만, 그는 어떤 윗사람도 마음으로 섬겼다.


어린 도요토미가 청소하고 허드렛일을 하며 주인의 부름을 받는 거의 노예와 같은 처지일 때다. 그는 모시는 주인이 한겨울에 방에서 나올 때를 알고 언제나 미리 신발을 품 안에 넣어서 따뜻하게 한 뒤 신을 수 있게 했다고 한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그런 지극정성에 감동한 주군은 결국 그를 더 큰 자리로 중용하고 도요토미는 일본을 호령하는 지도자로 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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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는 결국 마음을 얻는 예술이다. 그것이 크든 작든 어떤 경우 한 사람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는 것이다. 친구나 선후배를 만날 때면 그 사람의 가정사나 이런저런 형편을 배려한 언어를 세심하게 구사하면 어떨까.


한 해를 돌아보며 혹여 배려가 부족했던 거친 언어가 상대방의 마음을 다치게 하지는 않았는지 스스로를 돌아보고 옷깃을 여미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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