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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견뎌낸 보상
봄꽃의 미소
by
호림
Apr 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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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과는
일상을 같이 하기 힘들고
일상을 같이하는 사람과는
사랑하기 힘들다는 말이 있다.
그렇지만 일상을 같이 하는 가족,
조직의 동료, 친구들처럼
늘 같이 있어
평소에는
그 고마움을 잘 몰랐던
사람들의 존재는 소중하다.
어느 분이 한 직장에서만
30년을 보냈다고 한다.
무수한 고비를 넘겼고,
때론 더 큰 떡으로
유혹하는 손길을 견디며
다닌 직장이라며
지난 시간을 돌아본다.
프로 스포츠로 치자면
"원 클럽 맨"이라며
자랑스럽게 회고한다.
검고 무성한 머리숱과 홍안은
어느새
듬성듬성한 백발과 주름으로
세월의 흔적을 남겼다.
이분이 금 30냥을 받는 것은
기나긴 일상을 견딘
시간에 대한 기념이듯
지천으로 화사한 봄꽃의 미소는
지난겨울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침묵의 시간을 버틴 것에 대한
보상이 아닐까.
봄꽃으로 뒤덮인 나무는
길고 어두운 겨울을
고작 며칠만 허락된
화려한 순간을 위해
준비하고 견뎌낸 것이다.
만개한 봄꽃도 지면
나무는 다시
일상의 평범한 시간을 견디며
내년 이맘때를 기다릴 것이다.
화랑에 선보이는 작가들의 작품도
작업실에서 붓질하는 일상과
머리를 쥐어뜯는
창작의 인고를 견뎠기에 빛난다.
천연색의 특별함은
언제나 흑백사진 같이
담담한 일상을 이긴
시간에 대한 보상이다.
그 일상을 건너뛰고
화려한 꽃이
만개하기만을 기다리는 것은
작가에게
원고지와 씨름하는
지루한 일상을 건너뛰고
책 한 권을 뚝딱 만들라고 하는
성급함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원 클럽 맨의
지난 30년이 대단하듯
특별함을 잉태했던
일상의 위대함을
만개한 봄꽃에서 배우는 나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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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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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클래식' 을 찾고 그 울림과 떨림을 나누고자 한다. 몇 권의 책으로 대중들과 소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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