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 속에서

by 호림

숨이 턱턱 막히는 더위로 우리를 괴롭혔던 여름도 언제 그랬냐든 듯 물러갔다. 오늘 새벽 공기는 냉장고에서 갓 꺼낸 사과처럼 신선했다.


몹시도 혹독한 계절은 희망을 품었던 사람에겐 언젠가 밝은 햇살로 보답한다. 여름의 더위가 있어야 청량한 가울날의 가치가 빛난다. 별도 어둠 속에서 빛난다. 시인은 별만 보지 않았고 어둠을 보았다.




정 진규

별들의 바탕은 어둠이 마땅하다

대낮에는 보이지 않는다.

지금 대낮인 사람들은

별들이 보이지 않는다

기금 어둠인 사람들만

별들을 낳을 수 있다


지금 대낮인 사람들은 어둡다


우주 공간의 95% 이상이 암흑으로 구성돼 있다. 어둠이 없으면 별은 보이지 않는다. 반 고흐의 가장 유명한 작품 중의 하나인 <별이 빛나는 밤>는 생 레미 병원에 요양할 시기에 그린 것이다. 몸도 마음도 지치고 동생 테오에게 의지해 간신히 살아가는 삶이었다. 예술이라는 등불 하나에 의지해 삶을 지탱하다 귀를 자르고 스스로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어둠 속을 걷고 있을 시기에 화가는 별을 그렸다.


130여 년 전 어느 청년의 삶은 비참했지만 그가 남긴 작품은 시간이 지날수록 빛났다. 우리의 일상에도 그 빛은 파고들어 심지어 식탁보에도 우산에도 밝은 색채로 남아있다.


우리 모두는 시궁창에 살고 있지만 우리 중 몇은 별을 보고 있다.

- 오스카 와일드


(51) Merci cheri (별이빛나는 밤의 배경음악) - Frank Pourcel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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