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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림 Feb 12. 2024

의미를 찾는 삶

건강과 관련한 지혜를 많은 책에서 다루고 있다. 음식이나 수면, 소소한 생활습관의 영역에서 통제가능한 것들은 정도에 따라서는 의지만으로 충분히 실천할 있을 것이다. 무병장수의 삶은 인류의 오래된 꿈이다. 그 장수의 목적이 후세에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기는 것이라면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건강의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의학자 마크 하이먼은 인간의 장수 메커니즘을 연구한 저서를 발간해 다양한 각도로 조명하고 있다. 그는 세계적인 장수지역인 '블루존'을 분석하며 이들 지역에서 사는 이들은 자신의 자리가 어디며 자신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것으로 보았다.


의미와 목적이 그들(블루존 지역 거주자)의 삶을 인도해 준다. 한편, 급박하게 돌아가는 혼란스럽고 단절된 세상에서는 많은 이들이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찾는 데 애를 먹는다. 하지만 그 길을 찾아서 건강하게 살 수 있다.

......

그렇다면 삶의 목적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파도치는 인생에서 다시 길을 찾는 법>의 저가 리처드 라이더는 '재능 + 열정 + 가치 = 목적'이라고 말한다. 좋아하는 것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일단 목적을 찾고 나면 그 길을 쭉 따라가면 된다. 사람마다 가야 할 길은 모두 다르다. 하지만 오래 살고 싶다면 잘 먹고 운동하는 것만큼이나 자기 길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은퇴 후의 사망률이 증가하는 현상은 우연이 아니다. 단순히 나이가 들었기 때문이 아니다.

  -  <영 포에버>  마크 하이먼 지음, 황선영 옮김, P. 227-228


예술가들의 삶을 추적해가다 보면 가시밭길을 걷는 경우도 많다. 물론 펠릭스 멘델스존이나 폴 세잔 같이 풍족한 환경에서 비교적 실크로드를 걸어간 경우도 적지 않다. 생활여건을 떠나 위대한 예술가들에게 공통되는 요소는 뚜렷한 의미 부여의 대상이 있었다는 것이다.


프란츠 슈베르트난 반 고흐 같은 예술가들은 곤궁한 삶 속에서도 자신보다 오래 살아남을 작품을 위해 현재를 희생하고 스스로 혹독하게 몰아붙이기도 했다. 칼 구스타프 융은 "의미는 여러 가지, 아니 어쩌면 모든 것을 견딜 수 있게 해 준다. 의미를 만들어냄으로써 새로운 우주가 탄생한다."라고 했다.


파블로 피카소, 블라디미르 호로비츠, 아르투르 루빈슈타인 같이 장수를 누리며 활동을 한 예술가가 있는 반면에 장 미셀 바스키야나 에곤 쉴레 같이 20대에 삶을 마감한 이도 있다. 단명한 예술가들은 안타깝게도 그 짧은 삶이 오히려 천재성의 신화를 만들고 위대함으로 가는 사다리가 되어준 건 아닐까.


요절한 예술가의 삶을 보며 그 반짝이는 재능과 열정에 더해 삶의 한시성을 의식하고 건강에 대해 좀 더 균형 잡힌 생각들을 더 가졌더라면 하는 마음은 후세대 사람의 부질없는 바람일 것이다. 어쩌면 폭풍 같은 열정과 천재성에 휩쓸려간 짧은 삶은 보통사람의 기준에 따른 평균율에 의도적으로 맞추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삶이 끝난 것 또한 운명이리라. 그 작품이 영원히 살아남아 위대함의 신화에 이르기 위한.


예술가의 강렬하고 짧았던 삶을 의미가 없다고 누가 쉽게 말할 수 있을까. 의미를 찾지 못하고 엿가락처럼 늘어뜨린 긴 삶이 반드시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말할 수 없듯이. 예술가들이 구축한 거대한 의미의 봉우리들을 돌아보며 작은 의미의 실마리를 고민하는 밤이다.


 Mendelssohn Symphonie Nr. 5 D-Dur, op. 107 "Reformation" Gardiner BRSO (youtub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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