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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딜리버 리 Feb 11. 2024

김해, 아시아를 만나는 곳

2024년 2월 3일(토, 흐리고 막판에 비 뿌림)


집-(강동중곡슈퍼)-강서도서관(연체도서 반납, 바로 앞 제과점에서 커피 마시며 1시간 수다)-(강동중곡슈퍼)-(녹산 수문)-(둔치도)-김해 동상시장 터키 식당-김해국립박물관-집


2024년 1월 29일(월, 맑고 바람 세다)에 다녀온 김해 동상시장 가자고 오도방 파트너를 꼬셨다.

“거기 머 있나?”

“아시아가 거기 있어. 가보면 깜짝 놀랄걸”


-김해 동상시장

지난번엔 대충 훑고 우즈벡식당에 바로 들어가서 아시아 음식점이 제법 있다 정도였다. 오늘 여기저기 돌아다니는데 물 반 고기반, 거리 곳곳에서 이주민의 낯선 언어가 자연스레 들리고, 버스 정류장엔 이주민이 더 많이 기다린다. 슈퍼, 은행 ATM, 핸드폰, 국제전화, 행정서류 작성, 환전, 구제 옷집 등 이주민을 위한 상권이 넓게 퍼져있고 자리 잡은듯하다.


-김해국립박물관

문재인 정부 때 가야사 복원인가 하면서 실제인지 아닌지 모를 전설과 신화를 사실인양 둔갑시켜 가야사 국뽕 놓던 시절 있었다. 기원전부터 6세기까지 가야 문명을 전시한 박물관에 김수로왕, 허황후 관련 유물이 없는 거 알고나 그런 소리했길 바란다. 문명은 교류 없이 만들어지지 않으며 어떤 문명도 영원하지 않다.


해양 교역과 교류로 일군 문명을 텍스트로만 설명하는 안일한 전시기법, 일반인의 눈높이가 아닌 학예사의 전문성을 자랑하고 싶은 듯한 뭔 말인지 이해 안 되는 유물 설명이 아쉬웠다. 이왕이면 동시간대 교류가 있었던 다른 문명과 비교 가능하게 도표나 사진을 비치하면 어땠을까?


-터키 식당

노란색으로 물든 쌀(주인이 1킬로에 12,000원 하는 비싼 쌀이라던데, 분명 폴폴 날리는 안남미인데 씹으면 찰기가 주르륵, 역시 밥집은 밥이 맛있어야 한다) 위에 양고기와 흰색 소스, 야채샐러드, 감자튀김과 맵싸한 소스가 있는 케밥과 서브웨이처럼 얇은 밀전병에 싸인 케밥에 에크멕(터키 빵), 아이란(시큼 짭짤한 마시는 요구르트)을 먹었는데 맛있다. 오도방 파트너도 만족했는지 다음에 또 오겠단다.


20대에 만난 그를 몇 년 전 30년 만에 만났고, 자주 보는 사이가 되었다. 몇 년 전까지 안 봐도 궁금치 않았는데, 라이딩 파트너라 그런가? 혼자도 잘 돌아다녔으니 그건 아니고 뭘까 싶었는데, 오늘 알았다. 그와 나누는 대화의 소재와 방식이었다.


부동산, 주식, 자가용이 대화의 소재로 오른 적 없고, 비싼 상위 기종의 오토바이에 별 관심 없는 50대 중년 남자 둘이 앞으로 어떤 삶을 살지, 현재의 삶에 대한 고민, 취미, 좋아하는 것 등 다양한 소재로 몇 시간씩 수다 떤다.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할 뿐 상대에게 강요하지 않고, 자신의 의견이 있지만 상대의 얘기를 듣는데 편견이 없고 귀담아듣는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다 보면 내 얘기에 상대방의 의견이 쌓여가며 마치 대화의 건물을 짓는 듯 재밌다. 대화가 즐거우면 만남은 지속된다.


취향은 타고난 DNA에 살아온 삶의 축적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취향이 나와 비슷하다면 대화에 금상첨화! 하지만 상대와 맞추기 위해 억지로 만든 취향은 그 필요가 없어지면 중단될 수 있다. 사람 안 바뀐다지 않은가?


“형, 우리 20대에는 대화를 나누지 않았을까? 그때 지금처럼 대화를 나눴더라도 결과는 마찬가지일 수 있지만 그 과정을 못한 게 아쉬워”

“지금부터 하면 되지. 아직 시간 많이 남았어”


그러게 아직 많이 남은 시간을 즐겁게 오토바이 타려면 건강해야 하고, 세상에 대한 관심과 궁금함이 있어야 재밌게 수다를 떨 수 있으니 책도 꾸준히 읽고, 그렇게 몸과 마음의 근육을 키워가자. 몸과 마음이 늙으면 억만금이 있는들 뭔 재미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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