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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딜리버 리 Feb 04. 2024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 없다

2024년 1월 21일(일, 흐리고, 비)


집-브라이트 베이커리(커피 마시며 수다)-(강동중곡슈퍼)-(녹산 수문)-하연정 진주냉면(순두부찌개 먹음)-진해 내수면공원-집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데없다”더니, 그때의 태평연월은 꿈이었을지 모르겠다.


연못을 빙 둘러 천천히 걸으며 중간중간 있는 벤치에 앉아 얘기 나누기 좋고, 방문객이 많은 편이 아니라 북적대지 않고, 무엇보다 평지라 무릎 안 좋은 그가 걷기에 큰 불편이 없어 즐겨 찼던 곳인데, 오늘은 오도방 파트너와 함께 왔다. 입구 근처 주차하고 들어서려는데 비가 살짝 뿌린다. 일기예보에 비 온다는 소식 없었으니, 이러다 말겠지.


그는 모든 잎들이 완전 신록으로 물들기 전,짙어지기 직전의 다양한 녹색 잎을 좋아하고 이쁘다 했다. 이전까지 그때의 봄을, 잎을 유심히 본 적이 없었다. 녹색이 이렇게 다양했고 꽃이 없이 잎만으로도 아름다웠다, 좋아하게 되었다. 내가 생각지 못했던 부분을 알게 해주는 대화, 그 사람이 좋았다. 그나저나 한겨울에 여기를 왔던 적이 있나?


겨울은 나무가 자신의 본래 모습을 찾는 시기인가 보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모든 잎을 떨구고 자신의 실제 모습을 보여주려는 듯 가지만 무성하다. 지금은 앙상하고 추워보이는 저 가지들이 있어 봄이 되면 잎이 날텐데 지금껏 무성한 잎이 나무의 진짜 모습으로 생각했다.


사람도 온갖 잎(돈, 외모, 학력, 직업, 교양 등)으로 자신을 치장한다. 하지만 겨울(시련의 시기, 선택의 순간, 위급한 상황 등)이 찾아오면 본래 모습을 드러낸다. 태도가 전부라는 영화 대사처럼 말과 행동으로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마음은 알 수가 없으니 짐작만 할 뿐이다. 작년 봄에 찾아온 겨울이 끝나지 않고 있다. 나의, 당신의 진짜 모습은 뭘까?


연못에 떨어지는 동그라미 빗방울 파문이 점점 커진다. 어허~ 우천 대비가 전혀 없는데, 서둘러 공원을 빠져나와 시동을 건다. 진해에서 부산으로 경계를 넘자 비 온 흔적조차 없다. 바로 옆인데도 다르다. 어제까지 곁에 있던 사람이 언제 그랬냐싶게 순식간에 바뀌듯 말이지.


바로 옆에 있어도 그리웠는데 없으니 더 그리운 건 당연하지 않을까? 그리워서 안절부절, 그리움이 사무치는 날들이라 안절부절, 안절부절인 겨울은 언제 끝날까? 당신은 겨울을 벗어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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