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무야 맛있지요

식순이에게 경배를!

by 딜리버 리

온라인 시장은 점점 늘고 있었으니 코로나가 아니었어도 성장은 했겠지만 코로나 덕분에 이커머스, 택배 기업은 급성장했다. 주문하고 다음 날이면, 주문 시간대가 맞으면 불과 몇 시간 뒤면 문 앞에 놓여있는 빠른 배송 속도와 한 달 이내 무료 반품의 편리함은 쇼핑 중독으로 이어지며 급성장을 부추겼다. 또 하나는 비대면 배달방식, 이전까지 직접 전달하던 방식에서 문 앞에 놔두면 되니 배송시간이 단축되었고, 더 많은 가구수에 배송 가능해졌다.


아파트는 소비자와 통화할 일이, 만날 일도 거의 없지만, 주택 지번은 주소지 파악과 배송 위치 때문에 통화할 일이 있다. 그래서 고객님의 귀한 얼굴을 뵐 기회가 그나마 있다.


큰길 가의 미싱공장(안에 물건을 넣어달라는 고객 요청 사항) 문을 열고 주문상품 놔두고 나오려는데, 점심 먹으려는 지 작업대 위에 반찬들이 놓여있다. 맛있게 드이소 하고 돌아 나오는데,

-식사하고 가이소

-괜찮습니다

-차린 건 없어도 같이 무야(먹어야) 맛있지요


어떤 일이건 작업 리듬이란 게 있어서 예정에 없이 중간에 중단되면 다시 시작할 때 예열이 필요하다. 택배는 리듬이 한 번 끊어지면 회복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배송구역과 배송능력에 따라 다르지만 시간당 배송 가구수 평균값이 나온다. 그에 맞춰 쉬는 시간과 지점을 설정한다. 여기 미싱공장은 절대 쉬는 시간도, 지점도 아니었다. 하지만 “같이 무야 맛있지"란 말에 작업대 위에 차린 밥상 한편에 끼였다. 혼밥이 지겨워서였나?

-아이고~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차린기 없어서 우야노?

-오데예. 이리 많은데, 아주 훌륭합니다

-동지라꼬 절에서 얻어온 팥죽도 먹어요. 맛나요

-그럼 염치 불고하고 먹겠습니다

당연시되고 당연시하는 비대면 배송, 나의 클릭 몇 번이면 문 앞에 놓여있는 주문상품이 누군가의 노동으로 온다는 걸 알지만, 누구의 노동일지, 어떤 노동일지 궁금함에 대한 감정은 사라진 지 오래다. 어디 택배만 그런가? 여기 미싱공장에서 만들어내는 것들도 판매대에 놓이는 순간, 미싱공장의 아지매들은 사라지고 없다. 얼굴을 마주칠 일이 없으니 감성은 점점 사라지고 이성만 득세하는 세상이다.


-점심을 항상 이때쯤 드시는교?

-야, 오전에 일 빡시게 하고 먹지

-다음부턴 이때쯤 배송을 와야겠네요

-배송 없어도 지나는 길이면 들리요. 숟가락 하나 언지면 되니까

-말씀만이라도 고맙습니다

-(이때부터) 택배기사들 고생 많제, 코로나는 우짜노(언제 끝나노), 우린 주 6일 일해도 그대론데 돈 있는 것들은 코로나에 더 잘사노, 다이어트해야 하는데 밥이 와이래 맛있노, 맨날 가시나끼리 묵다가 남자가 있은께 와 이래 좋노 등등 이런저런 얘기들이 쏟아지는 여럿이 어울린 집밥을 오랜만에 맛있게 먹었다. 인간은 얼굴 보고 대화를 나누고, 감정을 쌓으면서 관계가 형성된다. 그런 점에서 비대면은 고객 감동의 감성탈을 쓴 기업에서 선호하는, 채택할 수 밖에 없는 비인간적 방식이다.


어쨌든 사회를 유지하고 지탱시키기 위해선 온갖 형태의 노동이 필요하다. 모든 밥 역시 노동이 필요하고, 그 밥으로 인간은 살아간다. 밥은 인간을, 사회를 유지시키는 근원적인 힘인데도, 그 위대한 밥을 생산하는 사람을 서슴없이 식순이라 부르며(스스로도!) 하찮은 노동으로 취급한다. 세상을 존재하게 만드는 모든 식순이~ 그들에게 영광과 경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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