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노동의 대가, 인센티브

고생한 몸에게 쓰담쓰담

by 딜리버 리

틈틈이 브런치에 이런저런 얘기(택배, 오토바이, 여행, 감정)를 쓰다가 마음은 언제든 내가 못쓸 수밖에 없는 이유와 핑계에 정당성을 부여할 것이므로, 몸이 그 마음을 막을 수 있게 하자 싶어, 정기적으로 브런치북을 쓰기로 했다.


한때 문화기획자로 행세했고, 여행업자로 일했고, 사과농사 지으며 여행자로 살고, 지금은 택배노동자인, 나는 왜 택배노동자가 되었나를 첫 얘기로 쓰려고 했다. 하지만 인생사가 의도한 대로 되던가? 월급날인 10일, 12월 월급이 입금되었는데, 월급내역을 보니 배송인센티브 449,400원. 회사 공지에 12월 배송 인센티브 1등, 그래서 첫 얘기가 바뀌었다.


택배족은 동일한 유니폼 입고 배송하는 월급쟁이(현재 쿠팡맨이 유일)와 소속 회사가 어디든 (회사 규정에 따르고 회사가 할당해 준 물량을 배송하는 노동자임에도) 자영업자, 두 부류가 있다. 자영업 택배족은 무게, 크기 상관없이 상품 개당의 단가를 받는데 1일 배송 물량에 개당 단가(배송 난이도에 따라 600원~1,000원)를 곱하면 오늘 벌이가 된다. 따라서 아파트 같이 밀집도 높고, 가구수 적고 배송 물량 많은 게 땡큐다.


월급 택배족은 기본급(몇 년째 안 오른다!)에 고정 연장수당이 수입이다. 배송구역마다 난이도(아파트와 지번 주택, 평지와 산비탈 같은 조건에 따라)가 다른데 배송구역 난이도가 높을수록 배송 시간이 오래 걸리고, 노동강도가 셀 수밖에 없으니 배송구역마다 기준값이 있다. 이 기준을 넘으면 1가구당 700원의 인센티브가 붙는다. 가구수에 비해 물량 많으면 몸만 힘들 뿐 수입에 하등 도움 안 된다. 우리끼리는 무겁고 대량 많이 시키는 000, 하면 아는 악성 고객이 있다. 거의 매일 주문하는 선박에 물품(각종 음료수, 세제를 비롯한 생활용품, 쌀 등) 제공하는 회사인데, 150개를 배송한 적 있다. 이때 물품이 한 개가 없다! 뭐가 없는지 모르니 149개 바코드 스캔하며 없는 걸 찾아야 하는데, 그냥 X 된 하루가 된다. 어느 떡집에선 봉지쌀 10kg, 150개 주문했는데, 적재하면서부터 한 번도 본 적 없는 떡집 주인에게 저주를 퍼붓는다.


2020년 2월부터니까 택배족 4년 차. 이제는 웬만해선 동료 지원 없이 할당 물량을 끝내지만 배송능력은 중하위 수준이다. 어쨌든 4년 만에 처음으로 월별 배송인센티브 1등 먹은 기념으로, 고생한 몸에게 에어프라이어(이런 훌륭한 걸 대체 누가 만든 거야? 너무너무 좋다)에 굽은 닭가슴살(카레 가루와 버터, 쌈 채소를 곁들인)과 한라산 쏘맥 하이볼을 곁들인 자축연을 해줬다.


현재 배송구역이 한국의 마추픽추라며 공짜 여행의 산실(관광객들이 골목골목 돌아다녀서 그곳에 사는 사람은 생활이 불편할 정도인데 왜 공짜일까?)로 전락한 감천과 아미동 쪽인데 차량 진입 안되고, 비좁은 산비탈 오르막길에 계단에 한이 맺힌 지번 주택인 동네다. 배송 인센티브 449,400원을 벌은 건 642 가구(1일 평균 150가구 내외니 4.3일 더 일한 것과 마찬가지. 물량 개수와 종류는 생각하기도 싫다)를 더 간 거고, 휴무일 외엔 연차 사용을 안 했다는 거고, 배송난이도가 높은 구역(6개월 마다 배송구역 조정을 하는데, 다시 이 구역을 지원했다)이라서 가능했다. 햐아~ 그렇게 고생한 몸에게, 수고했다는 격려의 말과 마음을 누구에게도 들을 수 없는 몸에게, 나 혼자라도 당연하게 격려와 응원을 해줘야지! 정년 몇 년 안남았는데, 건강하게 쭈욱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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