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수업에는 종료 종이 울리지 않는다.

딸~ 밥은 먹었니?

by 잠시ㅡ나

핸드폰이 울린다.


"딸~ 밥은 먹었니? 날도 더운데 별일 없고?"


엄마다.

어느덧 마흔이 넘은 나도 여전히 엄마에겐 딸이고,
엄마의 수업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바쁘고 치열한 하루를 보내고,
몸과 마음이 지칠 즈음이면
한시라도 빨리 아이들을 재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하루는 아이들이 잠들어야 비로소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서야, 아주 잠깐
비로소 '나'로서의 하루가 시작된다.

하지만, 아이들이 잠든다고 해서
'엄마'라는 수업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밀린 빨래, 흩어진 장난감과 어질러진 거실.
하나하나 다시 제자리에 돌려놓으며
내 하루는 조금씩 늦어지고, 숨을 고른다.

겨우 정리하고 소파에 앉으려는 순간—


"엄마...?"


아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자다 깬 것이다.
나는 다시 아이 곁에 눕고,
그러다 잠들어버리면,
잠깐이라도 '나'로 돌아가려던 하루는
고개도 들지 못한 채 그렇게 끝나버린다.


이렇게 반복되는 하루하루 속에서,
나는 자꾸 엄마를 떠올리게 된다.

마흔을 넘기고, 아이가 둘이나 있는 딸이
오늘 저녁으로 뭘 먹었는지,
아픈 데는 없는지...

전화를 걸어 확인하고, 또 걱정하는 것—
그게 엄마의 일이다.


엄마의 수업에는 여전히 종료 종이 울리지 않는다.
그리고 이제 나는 그 수업을 따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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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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