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두>를 쓰고 그린 정희선 작가의 두 번째 그림책 <다크 이야기>를 읽었다. 앞부분을 읽으며 살짜쿵 사노 요코의 <백 만 번 산 고양이>가 떠올랐다. 고양이라는 소재와 마음을 열고 친구가 되는 이야기라서 그럴까. 사랑 이야기라서 그럴까.
그런데 이 책의 동백꽃이 심상치 않다. 고양이 다크와 아이는 동백나무 아래서 만나고 동백꽃이 활짝 핀 날 고양이는 아이에게 마음을 연다. 다크와 아이는 행복하고 또 행복했는데 동백꽃이 뚝뚝 떨어지는 날부터 아이는 더 이상 다크를 찾아오지 않는다. 왜일까, 아이는 어디 갔을까. 그리고 두 면 가득 펼쳐진 흑백 그림, 다크가 두 손을 모아 동백꽃을 감싸고 있는 그림이 나온다.
작가 이야기에도 출판사 보도자료 어디에도 동백에 대한 설명은 찾을 수가 없다. 동백꽃은 제주 43 사건의 상징으로 쉽게 다가오는데, 역사적 기록, 장소를 방문하는 투어를 다크 투어로 부르기도 한다.(제주 43 평화 공원 등을 방문하는 투어 명칭도 다크 투어다) 고양이의 이름이 다크(코 밑에 다크 초콜릿 같은 점이 있어 다크라 이름 지었다.) 인 것도, 아이가 갑자기 사라진 것도, 모든 그림 중 유일하게 흑백으로 표현된 두 페이지 그림도, 동백꽃이 많이 등장하는 것도 모두 기가 막힌 우연일까? 혹은 다분히 의도했으나 역사적인 사실이 감상에 방해가 되는 것을 우려하여 설명을 철저히 배제하고 해석을 독자 몫으로 넘긴 걸까? 궁금해진다. 물론 뒤의 내용은 다크가 자신의 정체성을 회복하며 새로운 친구를 다시 사귀는, 결이 조금 다른 이야기로 넘어간다.
동백나무는 상록활엽수다. 겨울에도 초록색 반질반질한 잎을 유지하고 꽃을 붉은색, 수술은 노란색이다. 색의 대비가 명확해서 인상적이거니와 질 때 꽃잎이 하나 하나 흩어지지 않고 송이째 툭 떨어진다고 해서 또 인상적인 꽃이기도 하다. 곤충이 잘 활동하지 않는 겨울에 꽃이 피니 조매화, 즉 새가 수분을 담당하는 꽃이기도 한데, 동백꽃의 수분을 돕는 새가 바로 동박새다.
아이와 함께 지내는 동안 동백꽃이 주변에 흐드러지게 피어 숲이 하나 가득 풍성하다. 고양이와 아이의 표정과 자세 또한 자유분방하고 인상적이기 그지없다. 사랑하는 사이라면 모름지기! 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신간 그림책 두 권을 연달아 만났는데 그 중 한 권이 <다크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