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연애에 종지부를 찍고 상실감에 빠져 있었다.
상실, 공허처럼 텅 비었다는 개념에도 잔재가 있을까.
알 수 없는 상실의 잔재나 노폐물이 몸 안을 흐르고 있다.
숨을 나르던 적혈구는 부단히 움직여 노폐물을 몸 밖으로 빼내려 한다.
심장의 펌프질만으로는 힘이 부족했다.
알 수 없는 잔재를 붙잡아 횡설수설 내뱉어야만 했다.
그러기 위해 누군가 들으며 끌어내줘야만 했다.
나는 사람들을 만났고 사람들은 나의 두루뭉술한 진술에 공감해 주었다.
어쩔 수 없이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가 팽창한 풍선의 바람이 빠지듯 쭉 내뱉었다.
형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잔재를, 노폐물을 빼내는 작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