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kim_smalll
낡은 종이가 찢어졌다.
시멘트의 거친 표면이
누레진 종이 틈 사이로
빼꼼 드러났다.
말썽을 부리고 나면
어째서 벌을 줄 때마다
벽 보고 있으라 했을까.
차분해지기 위함일까.
그렇다면 벌은 벌이면서
벌이 아니었다.
감정이 요동칠 때마다
나는 벽을 보고
위로를 얻었다.
우울과 우울의 사이에 있었다.
가장 사랑하는 두 여자,
나를 낳은 여인과 나를 사랑해 줬던 지난 연인의 공통점은 우울이었다.
정도를 말하자면, 매일 같이 약을 복용하거나 자해를 시도하는 정도랄까.
나는 그들 사이에서 삶의 행복과 죽음의 괴롬을 넘나들었다.
그때마다 날 위로한 건 낡은 종이가 붙은 벽.
나는 학창 시절에 벌을 받는 학생처럼 벽을 보며
삶의 에너지와 함께 우울을 단절하고 위로를 얻던 한 사람이었다.
그래, 때론 단절이 필요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