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이야기 3

by 김작은
출처 @kim_smalll


낡은 종이가 찢어졌다.

시멘트의 거친 표면이

누레진 종이 틈 사이로

빼꼼 드러났다.

말썽을 부리고 나면

어째서 벌을 줄 때마다

벽 보고 있으라 했을까.

차분해지기 위함일까.

그렇다면 벌은 벌이면서

벌이 아니었다.

감정이 요동칠 때마다

나는 벽을 보고

위로를 얻었다.






우울과 우울의 사이에 있었다.

가장 사랑하는 두 여자,

나를 낳은 여인과 나를 사랑해 줬던 지난 연인의 공통점은 우울이었다.

정도를 말하자면, 매일 같이 약을 복용하거나 자해를 시도하는 정도랄까.


나는 그들 사이에서 삶의 행복과 죽음의 괴롬을 넘나들었다.

그때마다 날 위로한 건 낡은 종이가 붙은 벽.

나는 학창 시절에 벌을 받는 학생처럼 벽을 보며

삶의 에너지와 함께 우울을 단절하고 위로를 얻던 한 사람이었다.


그래, 때론 단절이 필요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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