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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은 Jul 03. 2023

추락

출처 @kim_smalll


서쪽으로 움직이는

태양을 따라 달려봐도

결국 어둠에 잠식되고 만다.

어둠을 따라 어김없이

찾아오는, 마주쳤던 네 눈과

바닥에 누운 네 모습을

나는 잊으려 한다.

끊임없이 옥상을 오르던 네가

그 옥상에서 투신할 줄은

나는 몰랐다고 말한다.

몰라야만 외면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몰라야만 슬픔이란 늪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나는 어둠으로

추락해야만 자유로울 것이다.






그저 TV 속 뉴스를 통해 세상을 조금 더 바라봤을 뿐인데...

학업 폭력으로 만연한 피해자의 트라우마와

일그러진 사랑의 데이트 폭력,

음주 운전으로 잃어가는 생명을 바라봐야 했다.


머리가 멍하고 띵했다.

만일 내가 가해자의 입장에서 글을 쓴다면

그냥 미안하다고 쓰면 되는 것일까.

피해자의 입장에서 쓴다면

그냥 아프다고 쓰면 되는 것일까.


종의 기원을 썼던 정유정 작가는 자신에게서

가해자의 악의를 발견했을까,

소년이 온다를 썼던 한강 작가는 자신에게서

피해자의 아픔을 발견했을까.

나는 무엇도 되지 못한 채 현실의 무게에서 도망치듯

가해자와 피해자를 바라보는 관찰자가 되었다.


태양의 빛을 잃지 않으려 아무리 따라가며 달려본들

어둠이 순식간에 잠식했고

답답한 어둠을 견디며 시간이 지나자...


어느새 뜨는 해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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