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kim_smalll
사람을 잃을 때 사랑을 잃고,
사랑을 잃을 때 슬픔을 잃었어.
마음껏 사랑하던 연인을 잃은 뒤에,
남아 있던 애정이 전부 소거된 뒤에,
슬픔은 남지 않았어.
다만,
너희 같은 제자들을 만난 건 참 다행이야.
나의 애정을 받아주기만 하더라도,
사랑하던 습관의 관성 때문에 휘청이던 내게
피난처가 되었어.
덕분에 엄마의 맛있는 김치를 먹을 때,
나는 다시 맘껏 슬퍼하게 되었어.
상실한 뒤에 반드시 떠올릴,
애정의 맛을 느낄 수 있었어.
그래,
애정은 슬픈 거야.
덕분에 나는 다시 많은 걸 슬퍼하게 되었어.
오랜만에 옛 교회제자들을 만났다.
덕분에 처음 만났을 당시의 상황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때는 슬픔에 잠기기보다는 상념이 떠올라 지새우는 밤이 많았다.
아마 그래서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던 것 같다.
떠오른 상념들을 적어낼 목적만 있었던 그때처럼,
글을 통해 무언가를 이룰 목적이 없었던 그때처럼,
대충 끄적여 본다.
너희를 만나서 좋고, 좋아서 슬프다고.